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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수술 연 1700건 … “안세현은 환자들의 장동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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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0일 오후 7시30분 서울 송파구 풍납동의 한 아파트 8층에 들어서니 한강의 야경이 멋지게 펼쳐진다. 유방암 환자 5명이 저녁 밥상을 물리고 있다. ‘새순의집’으로 불린다. 지방 환자들이 6~7주 항암치료를 받을 때 편안히 지내는 곳이다. 치료를 받느라 지칠 법도 한데 모두 표정이 밝다. 새순의집은 서울아산병원 유방암 명의(名醫) 안세현(54) 교수가 2005년 7월 만들었고 그동안 400여 명이 이용했다. 안 교수가 1억4000만원, 환자가 3000만원의 전세금을 마련했다. 하루 숙박비는 1만원이다. 간호사가 같이 기거하며 환자들을 챙기고 의사들이 교대로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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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교수는 월 1회 ‘찜질방 모임’을 한다. 치료 중이거나 완쾌된 유방암 환자 100여 명이 모인다. 환자들은 두세 시간 동안 홍삼을 먹어도 되는지, 독감 예방접종을 맞아도 되는지 등의 궁금증을 쏟아낸다. 안 교수는 환자에게 “상처가 남을 텐데 괜찮겠느냐”고 반드시 물어본다. 안 교수는 주말을 이용해 거의 모든 환자에게 전화한다. 충북 청주에서 온 환자(36)는 “얼마 전 수술을 앞두고 일요일에 안 교수님이 갑자기 전화를 해서 유방을 절제한 뒤 곧바로 복원 수술을 할 것을 권하는 등 20분 정도 나의 고민을 받아줬다”고 했다. 이런 걸 경험한 환자들은 안 교수의 열성 팬이 된다. 부산에서 온 51세 환자는 “(안 교수는)유방암 환자들에겐 장동건을 능가하는 우상”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안 교수는 유방암 분야의 대표적 명의다. ‘환자 스킨십(유대관계)’은 그를 명의의 반열에 올린 주요한 요인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 유방암 수술 1위(1921건, 이중 안 교수팀은 1700여건)를 했다. 2004년 이후 한 번도 1위를 내준 적이 없다.

 본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 수술 자료를 토대로 수술실적 1위 병원에서 가장 많은 수술을 한 의사를 분석했다. 이들에게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환자와 스킨십이 강하고 ▶의학교과서에 충실하며 ▶신(新)의료 기술을 빨리 습득해 동료 의사들에게 나누고 ▶팀워크를 유지하면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병원에 파묻히다 보니 가정에는 소홀한 경우가 많았다.


 삼성서울병원은 폐암 수술에서 독보적이다. 2004년부터 수위를 지키고 있다. 그 중심에는 심영목(흉부외과·57) 암센터장이 있다. 심 교수는 수술 전 환자의 자료를 보면서 가슴을 여는 것부터 시작해 수술 과정을 머릿속에 그린다. 이미지 트레이닝이다. 의대 시절 해부학에 심취한 점이 도움이 됐다. 이 덕분에 남들보다 수술 속도가 1.5배 빠르다. 그는 수술 전날에는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는다. 칼잡이 의사의 생명인 손을 보호하기 위해 손을 다칠 수 있는 운동(가령 스키)은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

 아산병원의 간암 명의 이영주(58) 교수도 수술을 신속히 진행한다. 길어도 15~30분 내에 간을 자른다. 출혈량을 최대한 줄여 환자의 회복을 앞당기기 위해서다. 같은 병원 대장암 명의 유창식(50·외과) 교수와 위암 명의 김병식(54·외과) 교수는 간호사·임상강사·전공의 등으로 구성된 수술팀의 팀워크를 중시한다. 유 교수는 암 환자를 오래 기다리게 하는 게 윤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믿는다. 3주 내 수술 원칙을 고집한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박유미·황운하·이주연·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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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외과학교실 교수
[現] 서울아산병원 상부위장관외과 의사

1957년

[前]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외과학교실 교수

1943년

[現]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흉부외과학교실 교수
[現] 성균관대학교삼성서울병원 삼성암센터 센터장

1954년

[現]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외과학교실 교수
[現] 서울아산병원 유방내분비외과 의사

1957년

[現]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외과학교실 교수
[現] 서울아산병원 간담도췌외과 의사

195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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