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고용시장 … 자영업자·비정규직 33만 명 일자리 잃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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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고용시장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자리가 1년 전에 비해 1만2000개 줄어든 것은 정부와 전문가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고용 쇼크다. 문제는 고용 빙하기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경기 하강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고용 사정이 급격하게 악화됐다”면서 “1분기엔 일자리 감소폭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발표하는 각종 일자리 관련 지표들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고용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고용사정이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자리를 찾으려는 구직자들이 13일 한국마사회에서 마련한 농림수산식품 분야 채용박람회에서 면접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인 것을 감안하면 고용 지표가 좋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무리다. 그럼에도 12월 일자리 통계가 충격적인 것은 악화 속도가 너무 가파르기 때문이다. 고용시장의 속사정도 나쁘다. 고용률은 1년 전보다 0.7%포인트 떨어졌다. 왕성하게 일할 나이인 20대의 일자리는 12만8000개, 30대는 10만9000개가 줄었다. 그나마 40대 이상의 일자리가 많이 늘어 취업자 수가 급감하는 것을 막았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년 전보다 42만4000명 늘고, 이 중 구직 단념자가 14만7000명으로 41.9%(4만3000명)나 증가했다. 막연히 ‘쉬었다’는 이들도 156만7000명으로 16만2000명이 늘어났다. 일자리를 구하다 지쳐 포기한 사람들이 넘쳐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업률은 3.3%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12월 실업자가 1년 전보다 5만1000명 늘어난 것은 불길한 대목이다. 한국개발연구원 유경준 선임연구위원은 “아직은 비경제활동인구가 느는 단계지만 조만간 실업자가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업자 가운데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취업 유경험자가 5만4000명 증가한 게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취업자 중에서도 조업 중단 등으로 일시 휴직한 이들이 39.8%(8만6000명) 증가했다. 손민중 연구위원은 “청년층은 졸업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찾지 않고, 장년층은 명예퇴직 및 해고 등 구조조정의 한파를 본격적으로 맞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고용시장에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데도 정부 대책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취약계층인 자영업자 9만7000명과 임시·일용직 23만2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직업별로는 기능·기계조작·단순노무종사자 16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반면 사무직과 전문직 등의 정규직은 일자리가 오히려 증가했다.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상당수는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비정규직 544만 명 가운데 60.8%인 330여만 명과 대부분의 자영업자는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폐업이나 해고로 일자리를 잃게 되면 실업급여를 받거나 직업훈련을 받지 못해 순식간에 빈곤층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정부 일자리 예산의 대부분은 고용보험 예산이어서 이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용보험 가입자 위주로 보호하는 현행 고용 대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경준 선임연구위원은 “영세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실업자에 대한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기업이 고용을 늘리고,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일자리 나누기’(워크 셰어링)를 지원하는 등의 보다 체계적이고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예컨대 1980년대 미국 미네소타 주 정부는 신규 채용하는 기업에 6개월간 임금보조금을 준 뒤 1년간 추가 고용하면 보조금을 돌려받지 않지만 해고하면 돌려받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 결과 기업들이 신규 채용자의 3분의 2가량을 계속 고용하는 효과를 거뒀다. 최근 일본과 유럽에서도 기업이 앞장서고, 정부가 밀어주는 워크 셰어링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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