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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살리자] ③ 금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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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그러나 곰나루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강폭 200여m 가운데 절반은 모래만 가득 쌓여 선박 접근이 불가능했다. 물이 흐르는 곳도 대부분 수심이 50∼60㎝에 불과했다. 모래사장 한쪽에는 폐사한 가축까지 버려져 있어 악취를 풍겼다. 강둑 방향에는 잡초만 무성했다. 공주시 이영복 하천계장은 “1980년 대청댐 완공 이후 강물이 크게 줄어 하천 기능이 크게 약해졌다”고 말했다.

곰나루에서 상류 쪽으로 2㎞쯤 가면 공산성(공주시 산성동)과 만난다. 공주를 방어하기 위해 축성된 산성(山城)이다. 공산성 역시 선착 시설 등이 전혀 없어 강을 통해 접근할 방법은 없다. 공주향토문화연구회 윤여헌(공주대 명예교수) 회장은 “공주는 문화재가 금강변에 몰려있는 게 특징”이라며 “문화유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강 정비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공주에서 강둑을 따라 25㎞ 달려 도착한 부여군 구드레 나루터. 부여 주민들은 이 일대 금강을 ‘백마강’이라 부른다. 나루터는 백제 마지막 임금인 의자왕 때 ‘3000궁녀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낙화암과는 500m쯤 떨어져 있다. 나루터를 중간에 두고 상류인 낙화암과 하류인 수북정(부여군 규암면 누각)까지 4㎞ 구간에는 60여 년 전부터 유람선(4척)이 운항 중이다. 이곳은 강폭이 100m에 이르지만 수심은 1m 이하인 곳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유람선이 운항할 수 있는 뱃길은 극히 제한적이다. 유람선을 운항하는 송부헌(76)씨는 “항해 중 실수로 수심이 낮은 곳에 유람선이 걸리면 다른 배로 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백마강 유람선 이용객은 지난해 14만5000명으로 30여 년 전의 14.5%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일본인 관광객 10여 명을 안내하던 여행가이드 신영지(61·여)씨는 “금강 물줄기가 말라 있는 데다 하천 경관도 볼 게 없어 관광안내 하기가 민망하다”고 털어놨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 오성민(50) 연구위원은 “금강변을 정비하면 방치된 강 주변 역사문화자원도 되아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경지로 변한 하류=낙화암에서 하류 쪽으로 눈길을 돌리자 강 양쪽 둔치 대부분은 비닐하우스로 덮여 있다. 농민들은 수박·방울토마토를 재배한다. 부여를 관통하는 금강(전체 49㎞) 가운데 절반가량의 둔치는 농경지(933만1478㎡)로 변해 있다. 부여 지역 1500여 농가는 하천점용료(임차료)를 내고 국유지인 둔치에서 농사를 짓는다. 점용료는 방울토마토의 경우 ㎡당 연간 346원.

농민들은 농작물에 농약을 뿌리고 비료를 땅에 섞는다. 그러나 농경지로 인한 환경 피해 실태조사는 아직 없었다. 부여군청 이계환 하천계장은 “환경부의 권고에 따라 허가기간이 끝난 농민에게는 더 이상 경작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7년 부여 부근의 연평균 수질은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 기준 3.1ppm으로 3급수 수준이다. 주민 최재남(51·세도면 가회리)씨는 “금강 정비사업도 중요하지만 주민생계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여에서 강을 따라 40㎞쯤 달려가니 금강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 금강호가 보인다. 1990년 전북 군산시 성산면과 충남 서천군 마서면 사이를 가로막은 1.8㎞의 둑(하구언)이 건설되면서 생긴 호수다. 하굿둑에는 바다와 강을 넘나드는 물고기(황복·위어) 이동을 위한 어도(魚道·폭 9m)가 있다. 하지만 어도로 내려가 유심히 살펴봤지만 물고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농촌공사 금강사업단 홍준표 경영지원 담당은 “겨울철에는 물고기 이동이 거의 없다”고 했다. 유엔개발계획(UNDP) 습지사업관리단 최진하 조정관은 “물 흐름이 너무 빨라 치어는 강을 거슬러 오르기 힘들 것”이라며 “생태계의 변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밭대 유병로(토목환경공학부) 교수는 “곰나루와 구드레 나루터가 있는 상류 쪽은 준설작업을 통해 풍부한 수량의 물길을 만들어 관광과 연계된 백제문화를 되살려야 한다”며 “하류 쪽 비닐하우스 지대는 농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나루터 등 친수공간으로 돌려 더 이상의 강물 오염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금강=김방현·김경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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