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Up] “구직 면접은 연애와 비슷 … 과대 포장했다간 이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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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권일운 인턴기자]

경기가 좋을 땐 누구나 좋게 보인다. 그러나 경제위기 때는 누가 진짜 일꾼인지 확연히 드러난다. 그래서 위기의 시대에 좋은 리더가 나타난다. 세계 최대 헤드헌팅·리더십 컨설팅 업체 콘페리인터내셔널의 폴 라일리(사진) 회장 얘기다. 6일 서울 서린동의 콘페리 한국사무소에서 그를 만났다.

-위기의 리더십은 평시 리더십과 다른가.

“당연히 달라야 한다. 사업 구조조정이나 감원 같은 매우 어려운 결정들을 해야 한다. 특히 사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아야 한다. 경제 회복기를 대비해 전략을 세워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에 따라 시장 전략을 확 달리해야 한다. 경기가 좋을 때는 모두가 성장한다. 누가 진짜 일꾼인지 분별하기 어렵다. 하지만 내리막길에서는 차이가 그대로 드러난다. 지금 경제불황 때가 진정한 리더를 가려낼 수 있는 기회다. 위기의 시대에 좋은 리더가 나타난다.”

-지금 어떤 인재 전략을 펴야 나중에(경기 회복기에) 앞서갈 수 있는지.

“지금처럼 경기가 나쁠 때는 기업 활동이 적어져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많아진다. 즉 직원들을 교육훈련할 수 있는 좋은 시기다. 직원들은 회사가 자신을 존중한다는 느낌을 갖고 충성도가 높아진다. 인재 풀이 풍부해지므로 외부에서 좋은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고급 구직자가 제법 많다. 이들이 가져야 할 면접 인터뷰 기술이 있다면.

“열린 마음과 솔직한 태도(open and honest)다. 자신을 과대 포장해 세일즈해선 안 된다. 연애랑 비슷하다. 잘 보이기 위해 포장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본색이 드러나지 않던가. 잘 감추고 속여서 결혼에 성공했다고 치자. 고통스러운 이혼이 따를 것이다. 같은 식으로 일자리를 꿰찼다고 해도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다. 면접에서 떨어지는 최고경영자(CEO)들은 대개 능력 부족 때문이 아니라 기업 문화에 맞지 않아서다. 본모습을 보여 그런 판단을 할 수 있게 해야 회사도 본인도 실패가 없다. 구직자들이 유의할 점은 질문을 조심해서 하라는 것이다. 면접관들은 구직자의 대답뿐 아니라 질문으로도 그의 됨됨이를 읽어낸다.”

-일반 구직자들이 가져야 할 전략은.

“가능한 한 면접을 많이 보고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구직 의사를 널리 알려라. 사람이 필요할 때 당신을 떠올릴 수 있게끔. 일자리에 대한 생각을 유연하게 가져야 한다. 어떤 직장이나 근무지를 고집하지 말라. 살던 곳을 떠나고, 업종을 바꿀 각오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 맡았던 일을 되짚어 봐라. 의외로 해본 업무가 많을 것이다. 그중 어느 것이든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일이 있는지 찾아본다. 연봉이 조금 깎였다고 상처를 입을 필요는 없다. 길게 봐라.”

-10, 20년 뒤 글로벌 리더를 꿈꾸는 직장인들에게 조언하면.

“몸값을 높여라. 그러기 위해선 여러 경험을 해야 한다. 어느 정도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익숙한 일, 즉 ‘안전지대’ 밖으로 나가길 싫어한다. 안정이 깨지는 걸 원치 않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하지 않던 일, 업종, 프로젝트를 적극 맡아야 한다. 영역 간 교차된 경험을 많이 해야 한다. CEO에게 꼭 필요한 자질인,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는 민첩성과 유연성을 기를 수 있다 .”

-불황이라 감원 얘기가 자주 나온다. 감원을 매끄럽게 하는 방법은 있나.

“어쩔 수 없이 직원을 줄여야 한다는 결정이 내려지면, 신속하고 투명하게 이행해야 한다. 직원들은 똑똑하다. 감원이 있을 수밖에 없는 걸 직감하는데, 별 얘기가 없으면 루머만 키운다. 루머는 언제나 현실보다 지독하다.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으면 누군가 정보를 만들어낸다. 또 ‘우리 회사’가 아니라 ‘세계 경제’가 문제라는 점을 직원들에게 제대로 인식시켜야 한다. 남은 직원들을 안심시키고 추슬러 현업이 정상화되게 해야 한다. 해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회사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렇게 많은 인원을 잘라놓고 달라지는 게 없다면 그게 비극이다.”

-대량 감원의 악역을 했던 적이 있다고 들었다.

“8년 전 콘페리 사장에 취임한 뒤 공교롭게도 제일 먼저 한 일이 직원 해고였다. 2001년 닷컴 거품이 빠지면서 경제가 어려워졌다. 회사 비용의 30%를 줄여야 했다. 급히 최고경영진을 시카고의 한 호텔로 모았다. 꼬박 이틀간 문을 걸고 누굴 자를 것인가 논의한 끝에 명단을 확정하고 통보했다. 남은 직원에게는 더 이상의 해고는 없을 것이라고 확신을 줬다. 헤드헌팅 사업만 하다가 임원 리더십 평가개발 사업을 추가했는데, 2004년 경기가 회복하면서 콘페리 성장률은 경쟁사의 두 배가 됐다 .”

박현영 기자 , 사진=권일운 인턴기자

◆라일리 회장=2001년 콘페리 CEO로 합류했다. 회계법인인 KPMG 글로벌 CEO로 재직하던 중 콘페리로부터 다른 회사 CEO 자리를 제안받았다. 그런데 8주간 심층 면접을 보는 과정에서 콘페리에 더 매력을 느껴 “아예 이 회사를 경영해 보고 싶다”고 제안해 영입됐다. 미국 노터데임대에서 과학을 전공했고, 경영학 석사(MBA)를 받았다. 컨설팅 회사를 창업해 운영하다 1987년 회사를 KPMG에 합병시키며 옮겨가 KPMG의 최고경영진에까지 올랐다.

◆콘페리인터내셔널=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설립된 헤드헌팅 및 리더십 컨설팅 업체. 인재 채용을 중개하고, 리더십 개발과 인재 전략을 컨설팅한다. 기업이 외부에서 최고경영자(CEO)나 고위급 임원을 영입해 달라고 의뢰하면 전 세계에서 해당 조건을 갖춘 후보를 찾아 제안하는 ‘고급 인재 헤드헌팅’이 주업무다. 지난해 매출액은 7억9000만 달러(약 1조223억원)로, 전년 대비 21% 성장했다. 세계 39개국 90개 사무소에 진출했다. 임직원은 2600명, 고객사는 1만5000여 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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