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력시장선 30대도 노인 취급 … 일 좀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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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남부고용지원센터에 실업급여를 신청한 한 실직자가 구직표와 취업희망카드를 작성하고 있다. 이 센터에는 이날 하루 700여 명의 실직자가 몰렸다. [안성식 기자]

 6일 오전 8시가 넘자 실직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삼삼오오 모여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운다. 얼마 지나지 않아 20여 명으로 늘었고 문이 열리자 우르르 몰려들어가 은행처럼 대기 순번표를 뽑는다. 서울 영등포구 남부고용지원센터는 오전 8시10분에 문을 연다. 일은 9시에 시작하지만 실업급여를 하루라도 빨리 받으려 업무 시작 전에 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난방 시간이 안 돼 대기실 공기가 차게 느껴진다. 업무가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벌써 60~70여 명이 모였다.

“딩동 딩동.”

창구 열 개의 전자 번호판에 동시에 불이 들어왔다. 서류 뭉치를 든 사람들이 창구로 향한다. 나머지 중 일부는 의자를 차지했고 대부분은 서서 대기했다. 20대 청년에서 60대 노인까지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한편에 비치된 컴퓨터에서 일자리 정보를 찾고 있다.

“40분이나 기다렸어요.” (40대 여자 민원인)

“죄송합니다. 요즘 찾는 분이 많아서요. 한 시간 이상 기다리는 분도 많아요. 혹시 최근에 직장을 구했거나 일을 한 적이 없으시죠.” (실업급여 상담사 정효경(38·여)씨)

8번 창구를 맡고 있는 정 상담사는 민원인들의 짜증스러운 목소리에 익숙해서인지 밝은 표정으로 맞는다. 민원인이 “네”라면서 식당 명함 두 장을 건넨다. 구직활동을 했다는 증거다. 실업급여는 다음 날 통장으로 입금된다.

오전 10시30분. 문모(57·여·서울 영등포구)씨가 8번 창구를 찾았다. 손에는 꼬깃꼬깃한 횟집과 한식당 명함이 들려 있다. 문씨는 “음식점 10곳을 넘게 돌아다녔지만 나이가 많다고 거절당했다”고 하소연한다. 정 상담사가 “그러세요. 요즘 많이 힘드시죠”라고 위로한다. 문씨는 지난해 11월 30일 대형 마트에서 청소부로 일하다 실직했다. 6개월 단위로 연장하던 계약이 연장되지 않았다고 한다. 문씨는 이날 9일치 실업급여 24만4290원을 받았다.

두어 시간 만에 정 상담사 앞에 번호표가 30장 이상 쌓였다. 그녀는 “요즘은 물 마실 시간도 없다”고 말한다. 남부고용지원센터는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들이 취업을 했는지, 구직활동을 제대로 하는지 확인하는 주기를 2주에서 4주로 늦췄다.

오후 2시 지하 1층 대강당. 이날 실업급여를 처음 신청한 실직자 300여 명이 구직표 작성 등의 교육을 받고 있다. 자리(210석)가 모자라 간이의자 40개를 놨지만 50여 명은 다른 방으로 옮겨 교육을 받았다. 이 센터 이경영 취업지원과장은 “이번 주부터 하루에 신규 신청자가 300명 넘게 몰려 다 수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막상 실직을 하고 보니 너무 막막합니다. 어디서 직장을 알아봐야 할지 모르겠어요. 40살이 넘었는데 써 줄 곳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출입문 근처에서 구직표를 작성하던 최모(41·서울 양천구)씨는 한숨을 쉬었다. 5년 일한 통신기기 제조업체(경기도 안양)에서 지난해 12월 권고사직했다. 최씨는 “첫째가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간다. 운전이든 뭐든 뭔 일을 못하겠느냐”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하수도 공사 일을 했다는 강덕수(39·서울 양천구 신월동)씨는 “요즘 인력시장에서는 30대도 늙은이 취급을 받는다”며 “자동차 정비 자격증이 있는데 구직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남부고용지원센터를 찾은 실직자는 700여 명. 신규 신청자 300여 명, 그 전에 신청했다가 실업급여 심사를 받으러 온 사람이 300여 명, 일자리 알아보러 온 사람이 100여 명이었다. 이 중 신규 신청자의 절반가량은 시간 부족으로 상담을 하지 못해 다시 방문해야 한다. 이 센터 권구형 소장은 “요즘 들어 매일 이런 일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적으로 6만339명이 실업급여를 신청했고 2487억원이 나갔다. 2007년 12월에 비해 신청자가 15.5% 늘었다.

강기헌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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