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국회 폭력 무신경한 한국에 놀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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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내 민주당 대표실. 본회의장 점거 농성을 해제한 민주당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평소와 달리 한 이방인도 있었다.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의 동북아시아 통신원 레지 아노(37)였다. 일본에서 13년째 살고 있는 프랑스인으로 불어 잡지의 편집자로도 활동한다고 했다. 그가 한국 국회를 찾은 이유가 궁금했다.

“원래는 경제위기에 대한 기사를 쓰려고 한국에 왔다. 그런데 서울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신문에 난 국회 ‘싸움’ 사진을 봤다. 아주 놀라운 일이라 기사를 쓰기로 마음 먹었다.”

그는 통역과 함께 국회를 찾았다. 국회의사당을 둘러보고, 의원들과 언론이 접촉하는 모습도 지켜봤다.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을 만났으며 학생과 시민들의 이야기도 들었다고 한다. 그가 내린 결론은 이랬다. “한국은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분열돼 있다.”

지난해 12월 18일 민주당 당직자가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상정을 위해 한나라당 의원들이 책상 등으로 막아 놓은 외교통상위 회의실 문을 해머로 부수고 있다. [중앙포토]

그는 우선 한국의 상황이 매우 흥미로웠다고 했다. 일본이나 프랑스에서는 보기 힘든 물리적 싸움을 하는 게 신기했다는 것이다. 싸움에 가치를 부여하는 모습도 그의 눈에는 독특하게 보였다. “프랑스에서는 의원들끼리 의견이 다르면 몇 시간이고 토론을 한다. 각종 법과 제도, 기관이 있는데 물리적 싸움을 할 필요가 있나.”

그러면서도 그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역동적이라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성숙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민주주의가 활기찬 것 같다. 일본의 민주주의는 수입한 제도처럼 정적이다.”

그러나 그는 덧붙였다. “그런데 ‘싸움’은 국회와 정치인들한테만 한정돼 있는 것 같다. 학생들이나 노동자들은 관심도 없는 것 같더라. 국가 전체로나 국민들은 경제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주된 관심사였다.”

6일 국회는 3당 원내대표 회담으로 20여 일 만에 정상화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방인의 눈에 각인된, 분열되고 폭력적인 미성숙 민주주의 국가 이미지를 지우기에는 역부족일 듯하다. 한국 정치가 분열을 봉합하고 경제위기 극복에 힘을 모으는 성숙한 모습을 보일 기회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방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이 그걸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는 오늘도 열린다.

백일현 정치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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