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노이 주지사, 상원의원 지명 강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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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노이주 로드 블라고예비치 주지사(右)가 지난해 12월 30일 롤랜드 버리스 전 일리노이주 검찰총장을 상원의원으로 소개하고 있다. [시카고 AF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사퇴로 공석이 된 연방 상원의원 직을 둘러싼 파문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돈을 받고 의원직을 팔려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일리노이주 로드 블라고예비치 주지사가 거센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상원의원 지명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블라고예비치 측과 부적절한 접촉이 없었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사태가 진정되길 바라던 오바마 측은 또다시 논란이 불거지자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블라고예비치는 지난해 12월 3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일리노이주 법무장관을 지낸 롤랜드 버리스(71)를 오바마 후임 상원의원에 지명했다. 흑인인 버리스는 여러 차례 연방 상원의원과 주지사 선거에 출마했다가 떨어진 인물이다. 블라고예비치는 “나는 주지사로서 연방 상원의원 후임자를 지명할 법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일리노이 주민들은 두 명의 연방 상원의원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버리스 역시 이에 동의하면서 지명 수락 의사를 밝혔다. 흑인인 바비 러시 일리노이주 연방 하원의원도 기자회견장에 나와 “연방 상원에는 오바마 당선인의 후임자로 흑인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블라고예비치는 지역에서 지명도와 신망이 있고, 오바마와 같은 흑인을 선택해 자신에 대한 사퇴 압력을 피해 가려는 계산에서 지명을 강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오바마는 휴가 중임에도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버리스는 훌륭한 인물이지만 ‘매관매직’ 혐의가 있는 주지사에 의해 임명된 인물을 인정할 수 없다는 민주당 상원의원들과 뜻을 같이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선의 방법은 블라고예비치가 주지사 직에서 물러나고 적절한 절차에 따라 후임 상원의원을 뽑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라고예비치에 대한 여론이 워낙 나쁜 데다 흑인이 지명됐다고 받아들이는 것처럼 비춰질 경우 정권이 출범하기도 전에 또다시 인종 이슈가 불거질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쉽지만은 않다. 선거 관련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선 “연방 상원이 블라고예비치의 임명권 행사를 거부할 헌법상 권한이 없다”는 견해가 우세한 편이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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