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광우병 촛불’ 같은 혼란을 또 치를 셈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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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 사회가 혼란과 분열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여권이 추진하는 경제·미디어·사회질서 개혁법안들에 대해 야당이 극렬히 반대해 국회는 전쟁터로 변했다. 언론노조가 파업을 벌이고 진보적 시민단체가 판에 뛰어들어 이념전쟁이 벌어질 조짐이 농후하다. 사안의 본질을 따지는 냉정보다는 ‘MB표 악법’ ‘재벌법’이라는 포퓰리즘 구호가 난무한다. 지난여름 우리 사회의 이성(理性)과 도심을 마비시켰던 과격 촛불시위 사태가 재연될 우려마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광우병 파동’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최근 결정을 반추하지 않을 수 없다. ‘민변’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국민의 생명권을 위협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냈었다. 그러나 헌재는 정부가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하고도 효율적인 최소한의 조치를 취했다며 이를 기각했다. 헌재 결정의 핵심은 민변 등의 주장이 상당 부분 근거가 부족한 과장이며 감성에 치우친 기우라는 것이다. 불과 몇 달 만에 ‘과장’과 ‘기우’로 결판 난 사안을 놓고 우리 사회가 그렇게 큰 홍역을 치른 것이다. 실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정부의 부실 협상과 정책적 실수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또 정권이 소통의 교훈을 얻었으며, 쇠고기 수입조건이 더 엄격해진 ‘과실’도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는 ‘광우병 혼란’의 대가치곤 너무 작은 것이다. 사태의 본질은 과학과 이성을 도외시하고 거의 미신 수준의 광우병 위험을 일부 선동 세력이 부풀린 것이다. 여기에다 이를 기회로 선거로 탄생한 정부에 타격을 가하려는 일부 진보 세력의 정략이 가세한 것이다. 그 결과 폭력시위대에 경찰·언론사·시민이 테러를 당하는 법치국가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3조7500억원의 사회적 손실이 발생했다고 한국경제연구원은 추산했다. 지독히 낭비적인 분열과 대립을 겪은 것이다. 이런 판에 또 한 번의 국론 분열이 기분 나쁜 조짐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나라당이 연내 처리하려는 법안들에 무리한 이념성은 없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금산분리 완화는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되고, 미디어법 개혁은 세계적 추세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반대 세력은 이를 무조건 ‘독재 악법’ 등으로 몰아가며 선동·점거 정치에 의존하고 있다. 이제는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냉정하게 지켜본 후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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