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마다 공짜 자장면 600그릇 배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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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중국음식점 상하이궁을 운영하는 박민수(40·사진) 대표는 매주 일요일 오전이 되면 더욱 바빠진다. 자선단체가 운영하는 무료 급식소에 600인분의 자장과 면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중국 동포가 많이 사는 가리봉동의 자선단체 급식소에 4월부터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무료로 자장과 면을 보내고 있다. 자장면을 만들어 보내면 가져가는 사이에 퉁퉁 불기 때문에 자장과 삶지 않은 생면을 보낸다. 급식소에서 점심 시간에 면을 삶아 중국동포들에게 자장면을 만들어 준다. 급식소에 오는 사람들은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거나 부상과 건강 악화로 날품조차 팔 수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재료비만 한 차례 120여만원이 든다. 한 달에 500만원 가량을 배고픈 동포들을 위해 내놓고 있는 것이다.

박 대표의 ‘자장면 봉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경기도 고양시의 한 보육원에도 한 달에 한 번씩 자장면을 보내고 있다. 또 매년 5월 어버이 날에는 홀로 사는 동네 노인들을 초대해 무료로 음식을 대접하고 있다. 북한 어린이들을 돕겠다는 생각에 국제옥수수재단에도 매월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

박 대표는 “내가 다니고 있는 교회 장로님이 ‘형편이 어려워 배 곯는 중국 동포들이 있다’라고 말씀하시기에 어릴 적 배고픔이 생각 나 봉사하기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어릴 적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마저 집을 나가 버려 대구에 있는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가난 때문에 늘 배가 고팠던 그는 계성중·계성고 6년간 중앙일보를 배달했으며, 마대 자루를 어깨에 메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빈병을 수거해 팔기도 했다. 대학은 야간과정에 진학했다. 낮에는 과일 행상이나 중국집 배달 일을 하고, 밤에는 수업을 들었다.

그가 요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군 복무중 간부 식당에서 조리병으로 복무하면서였다. 제대 후 일본에 주방장 자리가 많다는 소식을 듣고 건너가 도쿄 중심가 신주쿠(新宿)에 있는 중식당에서 2년간 일했다.

“당시에 일본 음식과 중국 음식을 접목한 퓨전 요리를 연구하고 개발했어요.”

귀국 뒤에도 색다른 요리를 개발하기 위해 유명 중국집에서 설거지까지 해가며 노하우를 배웠다. “나이가 많다고 안 쓸까봐 처남 사진을 붙여서 일자리를 얻었어요.” 박 대표는 그때 배운 노하우를 바탕으로 ‘킹그랩 호야면’ ‘한방 탕수육’ 등 다른 식당에서는 없는 퓨전 메뉴들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그는 얼마 전 자신이 군대 시절 모시던 부대장이 근무 중인 부대를 찾아가 조리병들에게 자장면 만드는 기술을 전수해 주기도 했다. 박 대표는 “자장면으로 남들에게 베풀 수 있는 일을 계속 더 찾을 것”이라며 “사업을 키워서 더 많은 사람에게 베푸는 것이 꿈”이라고 소개했다.

김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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