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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싶은 이야기들-올림픽 30年·태권도 40年] 82. 김동성 사건 (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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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남자 1500m 결승에서 김동성左이 코너를 도는 순간 오노가 멈칫하며 팔을 들고 있다.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는 나에게 여러 가지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솔트레이크 스캔들’로 받은 타격이 결국 IOC 위원장 낙선으로 이어졌고,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에서는 ‘김동성 사건’이 터져 시끄러웠다.

2002년 2월 8일부터 24일까지 겨울올림픽이 열렸다.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솔트레이크 스캔들 관련 재판을 올림픽 개막 직전에 중단시키긴 했으나 분위기가 미묘했다. 더구나 9·11 테러가 일어난 지 몇 달 지나지 않은 때였다. 공항 경비는 철저했다. 통과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개막식에서는 무역센터 잔해에서 발견된 찢어진 성조기가 게양됐다. 테러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미국인의 결속을 다지는 데는 성공했지만 올림픽을 정치화한다는 비난도 있었다.

시드니 올림픽에 이어 솔트레이크에서도 남북이 동시입장키로 돼 있었다. 자크 로게 IOC 위원장과 나, 그리고 장웅 위원이 합의한 내용이다. 위원장으로서 처음 올림픽을 치르는 로게는 큰 기대를 하고 있었으나 불발로 그쳤다. 북한 선수 중 예선을 통과한 선수가 딱 한 명이었는데 그마저 출전하지 않았고, 장웅 위원도 오지 않았다.

박성인 단장이 이끄는 75명의 한국선수단 규모는 1976년 몬트리올 여름올림픽 때(72명)보다 컸고, 종목도 다양해졌다. 강광배가 스켈레톤에 출전한 것과 스키점프 단체에서 미국보다 앞선 7위에 오른 건 우리 겨울스포츠가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한국선수단이 따낸 메달(금 2, 은 2)은 모두 쇼트트랙에서 나왔다.

쇼트트랙 관중석은 만원이었다. 첫날 여자 1500m에서 고기현이 금메달을 땄고, 여자 3000m 계주도 금메달이었다. 여자 계주는 사마란치와 함께 봤는데 중국과 접전을 벌이던 한국이 마지막에 선수 교체를 하지 않고 그대로 질주해 1위로 골인하는 전술을 보고 사마란치가 놀랐다.

남자 경기에서 잇따라 문제가 생겼다. 1000m 결승에서 한국의 안현수, 중국의 리자준, 미국의 오노, 캐나다의 투르코테 선수가 한데 엉켜서 넘어졌다. 꼴찌로 달리다가 유일하게 넘어지지 않은 호주 브래드베리가 금메달을 땄다. 이런 게 정말 어부지리다.

다음이 1500m 결승이었다. 나는 1000m 시상식을 하기 위해 얼음판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김동성과 오노의 대결이 볼만했는데 1위로 골인한 김동성이 태극기를 들고 트랙을 돌았다. 나는 ‘세 개째 금메달이니까 목표는 달성하겠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전광판에 결승 장면이 거듭 비춰졌다. 옆에 있던 장명희 세계빙상연맹 감독관이 “저것 보십시오. 발만 내밀지 않았으면 은메달은 따는 건데 (금메달이)날아가게 생겼습니다”고 하기에 “좀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조금 있으니 호주 심판이 김동성의 실격을 선언했다. 오노가 추월하려는 것을 방해했다는 이유였다. 김동성은 어이없는 표정을 짓더니 들고 있던 태극기를 던져버렸다.

김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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