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 맞춤 자전거 만들어주고 싶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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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바퀴 손발자전거를 타고 있는 최진만씨.

충북 진천에 사는 최진만(60)씨는 ‘손발자전거’ 발명가다. 말 그대로 손과 발로 저어 바퀴를 굴리는 자전거다.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도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게 해 주려고 발명했다. 비장애인에겐 운동 도구이자 교통수단이 된다.

손발자전거에는 두 바퀴와 세 바퀴의 두 종류가 있다. 모두 손발을 써서 앞으로 가고, 허리를 이용해 몸의 중심을 좌우로 움직여 방향을 바꾼다.

최 대표는 외환위기로 사업체가 부도가 나서 쉬고 있을 때 오래전부터 가슴 속에 담아두었던 자전거 발명에 대한 관심이 고개를 들었다.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컴퓨터를 배웠고 특허청 발명동호회에도 가입했다. 발명 기법이나 출원 요령을 익히며 혼자 도면작성을 연습했다. 그즈음 아내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오랫동안 물리치료를 받아야 했다. 실내 운동기구를 들여놓았지만 아내는 단순 반복 운동에 금세 싫증을 냈다. 운동기구는 빨래걸이가 되었다. 최씨는 아내가 일상생활을 하며 자연스레 운동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 결과물이 손발자전거다.

손발자전거의 원리는 간단하지만 실제로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최 대표는 어느 날 치타가 달리는 모습을 보고 무릎을 쳤다. 네 발을 오직 달리는 데에만 쓰고 척추와 꼬리로 방향을 바꾸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서 몸의 중심을 좌우로 움직이며 자동으로 방향을 바꾸는 비결을 찾아냈다. 최 대표가 ‘자동조향 바퀴’를 고안하게 된 계기다.

2004년에는 이륜 손발자전거를 만들어 특허를 받았다. 재활운동기구로 만든 자전거지만 주행효율이 높아 교통이나 운동 수단으로 타기에도 손색이 없다. 손발자전거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약자나 어린아이도 쉽게 탈 수 있다.

어렵사리 만든 두 바퀴 손발자전거를 보고 아내는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타면서 통증이 줄고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지자 보는 눈이 달라졌다. 많은 사람이 이 자전거를 보고 타고 싶어했지만, 일부는 배우기 어려워했다. 그래서 만든 게 세 바퀴 손발자전거다. 세 바퀴 자전거는 팔이나 다리 가운데 하나를 제대로 쓰지 못해도 쉽게 탈 수 있다.

부부가 운동 삼아 타고 다니는 모습이 방송을 타며 입소문이 났다. 장애인들이 많이 찾아왔다. 그들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 특수자전거업체 ‘스카이 휠’을 차리고, 창고를 개조해서 철공소 수준의 공장을 만들었다. 최씨는 부품 모듈화로 즉석에서 장애인 개개인에게 맞춤형 자전거를 만들어 공급하는 게 꿈이다.

최씨는 “장애인들의 손과 발이 돼 줄 수는 없지만 바퀴는 달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최경애 워크홀릭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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