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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대중 앞에 선 이희호 여사 직접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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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중앙 지난 11월 12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 도서관에서 만난 이희호 여사는 흰색 정장에 진주 목걸이를 하고 곱게 화장을 마친 모습으로 나타났다. 몇 시간 후 63빌딩에서 있을 자서전 출판 기념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녀는 조금 들뜬 목소리로 자신이 직접 쓴 책을 소개했다.

“80여년을 넘게 이 세상을 살아오면서 내 인생에 대한 기록을 한 건 아마 이번이 처음인것 같아요. 책이 나오기까지 3년 정도 걸렸습니다. 저는 제가 살아온 인생을 귀중하게 생각 하고 있어요. 의롭게 살다가 고통을 받은 사람들에게 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고, 또 한편으로는 역사에 남기고 싶은 생각에서 이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87세가 된 이희호 여사는 최근에야 소소한 일상생활을 누리게 됐다. 별다른 스케줄이 없을 때에는 책을 읽거나 TV를 보며 하루를 보낸다. 때때로 집을 방문하는 손님을 맞이하거나 남편과 먼 곳으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한다고. 별일 아닌 듯 보여도 예전 같으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그녀는 남편에 대한 기나긴 옥바라지와 내조로 일생을 보냈다.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과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으로 각각 남편과 관련된 기억을 꼽을 정도. 그녀에게 가장 기뻤던 순간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고 대통령으로 당선되던 때이고,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때는 1980년대 김 전 대통령이 사형선고를 받았던 순간이다. 특히 사형선고를 받았던 당시 자택에 감금당해 재판장에도 나가지 못하고 라디오로만 소식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역대 영부인중 가장 고학력자인 이희호 여사는 대통령의 아내이기 전에 여성운동 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숨은 그림자 내조보다는 민주화 투쟁의 동지이며, 대통령의 가장 엄격한 비판자이자 조언자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해 왔다.

“영부인의 역할이라는 것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에요. 제가 한 일이라고는 남편이 직무수행을 잘하기 바라고 인사에 개입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다만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인권 문제나 사회봉사 등에 치중해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녀는 스스로“바가지를 긁지 않음으로써 도움이 된 아내”라고 평했다. 남편이 하는 일에 대해서 간섭을 하거나 불평불만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언쟁을 하는 일도 없었단다.

남편도 그런 아내의 일이라면 항상 도와줬다. 이번에 발간한 자서전의 부제인‘고난과 영광의 회전무대’도 김 전 대통령이 직접 지어 준 것이다. 그는 출판 기념회에서도 짧게나마 무대에 올라 축하 인사를 건넬만도 한데 이날의 주인공인 아내를 위해 철저히 조연 자리를 지켰다.

“남편과 함께 해온 인생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동행’그 자체입니다. 지금은 다른 곳도 내외의 문패를 단 곳이 있지만 아마 우리집이 제일 먼저일 거예요. 그만큼 모든 것을 서로 의논하고 동행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다시 태어나도 김 전 대통령과 결혼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으며“지금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라고 말한 것.

김 전 대통령과 결혼하지 않았다면 여성 정치인이 되거나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운동가로서 맹렬히 사회 활동을 해왔을 그녀다. 그녀는“우리 내외는 수십년에 걸쳐 고난과 빈곤과 모험을 헤치고 살아와야 했다. 요즘도 가끔 남편과 함께 우리가 어떻게 오늘날까지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그 끔찍했던 과거를 회상한다”며 웃음 지었다. 지나온 세월을 떠올리는 듯 입가에 옅은 웃음을 띤 모습에서 편안함이 느껴졌다.

취재_윤혜진 기자 사진_임효진(studio lamp) 참고자료_『동행』(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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