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사회적 벤처 경연’ 우승한 4인의 포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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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원(22)씨는 연세대 의대 본과 2학년 학생이다. 심장내과 전문의가 꿈인 그는 입학 후 7학기 동안 성적 상위 1%에게 주는 최우등상을 세 번이나 탔다. 공부에만 전념했던 그가 이번 학기엔 ‘사업 구상’에 몰두했다. 친구들과 함께 저소득층 환자에게 무료 진료를 하는 사회적 기업 모델을 만든 것이다. 송씨의 사업 계획은 6일 희망제작소가 주최한 ‘대학생 사회적 벤처 경연’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사업 밑천이 될 상금(500만원)도 받았다.

저소득층을 무료 치료하는 병원 사업을 아이디어로 낸 사회적 기업 ‘프리메드’가 희망제작소가 주최한 ‘대학생 사회적 벤처 경연대회’에서 우승했다. 왼쪽부터 주재영(홍익대 건축 4)·허주원(KAIST 경영공학 4)·송호원·신동윤(이상 연세대 의학 2)씨. [최승식 기자]


◆“수익 창출하는 무료 진료기관 만들 것”=“몇천원이 없어 병원을 못 가는 저소득층 환자에게 무상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송씨와 허주원(22·KAIST 경영공학 4)·신동윤(22·연세대 의학 2)·주재영(22·홍익대 건축 4)씨 등이 밝힌 사회적 기업 ‘프리메드’의 창업 목표다. 송씨는 “기존 의료봉사와 달리 수익 모델을 통해 영구적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설립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내년 1월부터 중고 버스를 구해 수도권 쪽방촌과 외국인 노동자 밀집 지역을 찾아 의료 서비스를 펼칠 계획이다. 버스 바깥엔 전광판이 설치된다. 전광판엔 후원 기업의 광고와 함께 버스가 1㎞ 달릴 때마다 1만원씩 숫자가 올라간다. 전광판에 찍힌 숫자만큼 기업들이 프리메드에 기부한다.

내년 상반기엔 병원도 개원할 예정이다. 저소득층이 찾기 쉬운 지하철 을지로입구역 내 지하상가를 병원 장소로 점찍고 서울메트로와 협의 중이다. 고혈압·당뇨·관절통·치주 질환 등이 주 진료 과목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질병에 대해선 무료로 진료한다. 또 스케일링 등 비보험 서비스를 일반 병원의 반값에 공급,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다. 자원봉사자들이 진료를 맡으므로 인건비가 거의 안 들기 때문에 진료비를 적게 받아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서울대·연세대·울산대에서 13명의 의대생을 구했다. 성신여대에서 사업설명회를 열어 간호대생 30명도 모았다.

◆“의료 문화를 바꾸겠다”=송씨는 올 초 과 내 동아리 ‘의청’ 회장을 맡았다. 빈민촌과 외국인 노동자 지역 등에서 의료봉사를 하는 단체였다. 하지만 약품이 떨어지면 진료를 중단하곤 했다. 그는 “후원만 바라보는 의료봉사에 한계를 느꼈다”며 “영속적으로 무료 진료를 할 수 있는 병원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송씨는 고교 동창 허씨를 찾아 고민을 털어놨다. 경영학도인 허씨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개념을 일러줬다. 30%의 환자에게만 제값을 받고 나머지에겐 무상 치료를 하는 인도 아라빈드 병원 등 외국 사례도 소개했다.

송씨의 대학 친구 신씨와 중학교 동창 주씨도 동참했다. 의대생인 송씨와 신씨가 각각 대표·의료 부문을 담당했다. 허씨가 수익 모델을 짰고 주씨가 재무와 웹디자인을 맡았다.

송씨 등은 재학 중에만 프리메드를 운영할 생각이다. 졸업 후엔 각자 전문 분야로 진출하는 대신 회사는 다른 학생에게 물려줄 계획이다. 이들은 “청년들이 계속 거쳐 가면 한국의 의료 문화도 바뀔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이번 대회는 43개 팀이 출전해 5개 팀이 결승에서 경합했다.

홍선영(국민대 경영4)씨 등 네 명은 ‘멸종 위기 동물을 디자인한 제품을 판매해 수익 일부를 멸종 위기 동물 보호에 사용하자’는 사업 계획으로 2등을 차지했다. 이장호(한양대 경영4)·노종규(연세대 기계3)·심규선(고려대 컴퓨터 4)씨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1인 기부’를 받고자 하는 사람이 자신의 재능을 알리고 투자자들을 모으는 ‘거래’ 공간을 제공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미혼모들을 고용한 친환경 기저귀 회사로 경제적 자립을 돕고 심리 치료 센터를 운영하자(유니베이비)” “이주 근로자 부인들을 고용한 밥차로 아시아 요리를 판매하자”(하랑)는 제안도 입상했다.

이충형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사회적 기업=사적 이익이 아닌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영업 활동을 하는 기업. 통상 취약계층에 각종 서비스나 일자리를 제공하는 활동을 펴고 그 이익을 사회적 목적에 재투자하는 기업을 말한다. 재활용품을 수거·판매하는 ‘아름다운가게’ 등 150여 개 기업이 노동부가 인정한 사회적 기업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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