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최현철 기자의 여의도 갤러리] 외국계 vs 국내 증권사, 너무 다른 ‘이별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동양과 서양의 직장 문화는 여러모로 다르다. 채용 방식도 다르고, 일하는 양태나 그에 대한 보상 방식도 차이가 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차이는 사람을 자르는 방식인 것 같다. 지난주 여의도 증권가에서 메신저를 통해 전해진 한 외국계 증권사 직원의 글은 그 간극이 어느 정도인지를 다시 느끼게 해줬다. 글을 쓴 이는 20대 후반 나이에 차장 직급을 꿰찬 잘나가는 증권맨이었다. 그런데 최근 영업실적이 말이 아니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국내 금융사가 외국계 증권사 상품에 경기를 일으킬 정도니 영업이 될 리 만무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그는 사장으로부터 면담을 하자는 메일을 받았다. 올 것이 왔다는 생각에 그는 동료와 고객들에게 인사 편지를 썼다. ‘보냄’ 버튼만 누르면 되도록 마무리를 지은 뒤 사장실로 갔다. 예상대로 몇 마디 위로와 함께 해고 통지가 전해졌다. 그게 전부였다. 남은 것은 회사로부터 받은 휴대전화와 법인카드를 반납하고 짐을 싸는 일뿐이었다. 그새 컴퓨터 네트워크도 끊겼다. 이 때문에 미리 써놓은 e-메일도 날아갔다. 동료들의 배웅을 받으며 짐을 들고 택시를 타는 것으로 그는 회사와의 인연을 모두 접었다. 그래도 그는 더 심한 회사도 있다며 자위를 했다. 상사가 담배 한 대 피우자며 건물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는 “미안하지만 당신은 지금부터 건물로 들어올 수 없다”는 말로 모든 걸 끝내는 회사도 있다고 한다. 참 공감하기 어려운 살풍경이다.

국내 기업도 구조조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연의 끈을 자르는 작업은 지난하다. 이름부터 해고가 아닌 명예퇴직이다. 지난달 200명을 떠나 보낸 하나대투증권도 그랬다. 명퇴 공고부터 접수까지 1주일이 걸렸다. 회사가 내보내기로 작정한 사람이 신청하지 않은 까닭에 2차 신청을 받았다. 물론 그 사이 압력과 설득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마무리되는 데 한 달이 훌쩍 지나갔다.

어떤 방식이 더 나은지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맺고 끊는 방식이 어떻든 당사자에겐 직장을 잃는다는 결과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문 밖을 나서면 백수라는 추운 현실이 기다릴 뿐이다. 올 초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직원들의 면담 요청이 두려워 사무실에 못 들어가겠다는 농담을 했다. 연봉을 올려주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떠나겠다고 배짱을 부린 부하 직원이 많아서였다. 그러나 요즘은 정반대다. 직원들이 자신을 슬슬 피한다고 한다. 그만큼 국내 금융사의 사정도 녹록하지 않은 것이다. 6개월 새 모든 게 변해 버렸다. 그래서인지 추위가 더 몸을 움츠러들게 한다.

최현철 기자

[J-HOT]

▶ '수의도 없이 헌 궤짝에…' '35kg 노숙자'의 마지막길

▶ 최진실 아이들 양육·재산관리 "유족이 맡기로" 합의

▶ 한진重, 해군 차세대 고속정 4척 1300억원에 수주

▶ "盧 아들 결혼식때 친인척 행세하려고 100명 사진촬영"

▶ 10·26 당시 김재규가 범행에 쓴 권총 알고보니…

▶ 드라마협회장, "배용준과 다를바없다" 박신양 발언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