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회장 ‘정치권 뒷돈’ 취중진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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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경남지역의 한 사찰.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이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한 번씩 들렀던 곳이었다. 스님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박 회장은 자신의 차 트렁크에서 30년산 발렌타인 위스키를 꺼내 들고 다시 들어왔다.

사찰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박 회장은 몹시 지쳐 보였고, 사찰에 있던 한 사람과 술을 나눠 마셨다. 취기가 오른 박 회장은 “나는 노무현 덕 본 거 없다”고 큰 소리로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의 ‘386의원’ 중에 내 돈 안 받은 사람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밤이 늦도록 술을 마신 뒤 이 사찰에서 하룻밤을 지냈다. 사찰 측은 “큰스님이 살아계실 때는 박 회장이 자주 왔는데 7년 전 큰스님이 입적하신 뒤에는 발길이 뜸했다”고 전했다.

◆정·관계 로비 의혹=박 회장의 당시 발언은 과장일 가능성이 크다. ‘많다’ 정도의 의미일 수 있다. 그가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의 의원 상당수에게 후원금을 낸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박씨의 탈세 및 비자금 조성 의혹 등에 대한 대검 중수부의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또 그가 말한 대상이 종교인이라는 점에서 자신의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최근 “박 회장이 여야 모두에 보험을 들어둔 것 같다”며 “(수사) 결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지 12월 5일자 1면>

검찰은 박 회장이 정치권에 불법 자금을 건넸는지를 확인 중이다. 중수부는 2006년 세종증권과 휴켐스 주식 거래를 통해 얻은 200억원가량의 시세 차익의 흐름을 쫓고 있으며, 해외 법인을 통해 빼돌린 600억원 중 일부가 국내로 유입됐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이 이미 정치자금과 관련한 단서를 포착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태광의 사업 확장 경위도 수사 대상=그는 과거에 “해외에서 사업을 하기 때문에 정치권의 도움을 받을 일이 없다. 노 대통령 형제와의 친분 때문에 동해펄프 인수나 에너지 사업 진출도 중도에 포기했다. 사업에 방해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국내에서 다양한 사업에 뛰어들었다. 2003년에는 단열재 생산업체인 에어로젤코리아를 설립하고, 2004년에는 보안인증장치 개발회사인 리얼아이디테크놀러지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다음 해에는 27홀 규모의 골프장 정산컨트리클럽의 문을 열었다. 2006년에는 정밀화학제품 생산업체인 농협 자회사 휴켐스를 인수했다. 그러면서 경남 지역 여러 곳에 개발 목적으로 부동산 투자를 하기도 했다.

검찰은 박 회장의 사업 확장 과정에 정치인의 영향력이 개입했는지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이상언·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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