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CEO는 ‘아침형 인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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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코리아한국 CEO는 아침형 인간이다. 일하는 스타일은 자기주도형이 많다. 대부분 학습에 적극적인 샐러던트(Saladent)다. 20일에 한 권 꼴로 책을 읽고, 과반수가 종교 생활을 한다. 포브스코리아 패널 서베이가 밝혀 낸 한국 대표 CEO들의 라이프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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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80%가 새벽 6시 이전에 일어난다. 평균 기상 시각은 5시52분. 포브스 CEO 패널 서베이 결과다. 가장 많이 일어나는 시각은 패널의 46%가 답한 새벽 6시다.

잠자리에 드는 평균 시각은 밤 11시51분이다. 가장 많이 답한 취침 시각은 밤 12시로 44%가 이 시각에 잠자리에 든다고 답했다. 아침형 인간이 주목받은 것은 일본의 의사 사이쇼 히로시가 쓴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이 출간되면서부터다.

그는 아침형 인간이 되려면 밤 11시에 잠자리에 들고 새벽 5시에 일어나라고 권했다. 평균적인 포브스 CEO 패널보다 50분가량 일찍 활동을 시작하라는 것이다. 아침형 인간으로 살라고 그가 권하기 전에도 아침형 CEO는 있었다.

국내에선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대표적인 인물. 빌 게이츠 전 미 마이크로소프트 회장도 새벽 3시에 활동을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60대 이상 CEO는 50대 이하보다 기상 시간이 35분 일렀다. 또 기업 규모가 클수록 아침 기상이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대기업 5시26분, 중견기업 5시54분, 중소기업 6시13분). CEO의 수면 시간 역시 미미한 차이나마 기업 규모가 클수록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CEO들의 하루 평균 잠자는 시간은 5시간 57분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75%가 하루 평균 6시간 이하의 수면을 취한다고 답했다. 약 3분의 1은 5시간 잔다(32%)고 밝혔다.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58.9%가 하루 7시간 이상 수면을 취한다(200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CEO의 수면 시간은 나이가 많을수록 긴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CEO의 업무 스타일은 어떤가? 우리는 업무 스타일을 기준으로 CEO에 대한 유형화를 시도했다. 업무 스타일 유형은 ‘자기주도형’, ‘관계중시형’, ‘과정지향형’, ‘성과지향형’의 네 가지로 나누었다. 이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기 위해 우리는 패널 CEO들에게 아래 8개의 진술문을 제시하고 각각 동의 여부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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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 나는 새로운 것을 빨리 배우고 바로 적용하는 편이다
A-2. 나는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B-1. 나는 세부적인 대책을 세우고 나서 일에 착수하는 편이다
B-2. 나는 말을 하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C-1. 나는 이성과 논리에 따른 의사 결정에 익숙한 편이다
C-2. 나는 능력과 성과를 중시하는 편이다
D-1. 나는 다른 사람의 관점에 대해 배려하는 편이다
D-2. 나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 보고 나서 문제를 처리한다

위 진술문에 대한 동의 내지는 반대(무응답) 여부를 기준으로 우리는 CEO들의 유형별 점수를 계산했다. 아래는 유형별 점수를 계산하는 공식이다.

●자기주도형 점수 : (A-1, A-2에 동의했거나 B-1, B-2에 반대한 응답 개수)×C-1, C-2에 동의했거나 D-1, D-2에 반대한 응답 개수)
●관계중시형 점수 : (A-1, A-2에 동의했거나 B-1, B-2에 반대한 응답 개수)×(D-1, D-2에 동의했거나 C-1, C-2에 반대한 응답 개수)
●과정지향형 점수 : (B-1, B-2에 동의했거나 A-1, A-2에 반대한 응답 개수)×(D-1, D-2에 동의했거나 C-1, C-2에 반대한 응답 개수)
●성과지향형 점수 : (B-1, B-2에 동의했거나 A-1, A-2에 반대한 응답 개수)×(C-1, C-2에 동의했거나 D-1, D-2에 반대한 응답 개수)

즉 CEO들에게는 응답 결과에 따라 모두 네 개의 유형별 점수가 부여된다. 우리는 네 개 중 가장 점수가 높게 나온 유형을 해당 CEO의 업무 스타일로 규정하기로 했다. 계산 결과 총 99명의 패널 중 39명의 경우 네 개의 유형별 점수가 같게 나왔다. 이들은 분류에서 배제했다.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유형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편 26명은 자기주도형 점수와 관계지향형 점수가 같거나 또는 과정지향형 점수와 성과지향형 점수가 같게 나왔다. 이들도 배제했다. 상식적으로 모순인 두 개 유형의 점수가 서로 같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과정지향형이면서 동시에 성과지향형일 수는 없다고 본 것이다. 이렇게 모순된 경우가 나온 것은 잣대로 사용한 진술문의 변별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유형이 아예 없거나 서로 모순된 두 개의 유형으로 복수 분류할 수 있는 케이스를 제외하고, 나머지 34명의 패널만 분류했더니 아래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

●자기주도형 : 35%(12명)
●관계중시형 : 26%(9명)
●과정지향형 : 12%(4명·관계중시적 과정지향형 2명 포함. 이 2명은 관계중시형·과정지향형 점수가 서로 같았다)
●성과지향형 : 26%(9명·자기주도적 성과지향형 6명 포함. 이 6명은 자기주도형·성과지향형 점수가 서로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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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CEO의 평균 기상 시각은 5시52분이다.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이다.

이로써 한국 CEO의 업무 스타일은 자기주도형이 가장 많다고 할 수 있겠다. 35%의 패널이 이 유형 점수가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관계중시형과 성과지향형이 똑같이 26%씩이었다. 반면 과정지향형은 12%에 불과했다. 이렇게 분류해 봤지만 CEO들은 거의 대부분(91%) 능력과 성과를 중시하는 사람들이다.

새로운 것을 빨리 배우고 바로 적응하는(86%) 타입이기도 하다. CEO들이야말로 공부하는 직장인-샐러던트라고 할 수 있다. 샐러던트는 샐러리맨(Salaryman)과 스튜던트(Student)의 합성어로 직장에 몸담고 있으면서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거나 자신이 종사하고 있는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공부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CEO들은 수용성도 뛰어나다. 각각 81%의 패널들이 각각 “다른 사람의 관점에 대해 배려하는 편”이거나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고 나서 문제를 처리한다”고 답했다. CEO의 하루 평균 여가 시간은 2시간 8분으로 측정됐다. 한국인의 평균 여가 시간은 4시간 58분이다(2004년 생활시간조사). 일반적인 한국인에 비해 여가 시간이 절반 미만에 불과한 셈이다.

취미 생활 내지는 여가 활동으로 CEO들이 선호하는 것은 독서(81%), 골프(75%), TV 시청(47%), 영화 관람(43%), 공연 관람(35%), 여행(32%) 등이었다(복수응답). 이들 활동은 각각 응답 CEO의 약 3분의 1 이상이 평소 꾸준히 하고 있다고 답했다. 나머지는 등산(29%), 음악 감상(26%), 수면(23%), 수영(11%), 쇼핑(8%), 바둑겴掠?5%), 걷기(4%) 순으로 꼽혔다. 독서는 나이가 많을수록 뚜렷하게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40대 이하 70%, 50대 81%, 60대 이상 88%).

건강 관리는 골프와 걷기로

건강 관리를 위해 꾸준히 하고 있는 활동으로는 각각 과반수가 골프(68%)와 걷기(57%)를 꼽았다(복수응답). 헬스(40%)와 등산(28%)도 건강 관리를 위한 활동으로 CEO들이 비교적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활동은 조깅(11%), 수영(9%), 마라톤(4%), 맨손체조(3%), 스포츠 댄스-국궁(각각 1%) 순으로 지적됐다.

골프는 나이가 많을수록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걷기는 50대가 뚜렷하게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EO들은 대부분 음주는 하고 흡연은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자의 비율은 79%였다. 반면 흡연자는 전체 응답자의 20%였다. 20세 이상 성인 인구의 흡연율(27.3%?006년 사회통계조사보고서)보다 낮다.

전체 50대(25.4%) 인구보다는 5% 남짓 낮은 셈이다. 한편 음주자의 비율은 일반 국민(73.2%)보다 높다. 전체 50대(66.7%)보다는 10% 이상 높다. 음주자의 주량은 소주 기준으로 평균 1.1병으로 측정됐다. 술자리에 참석하는 횟수는 평균 일주일에 2.2회였다. 패널 CEO들은 꾸준히 하고 있는 여가 활동으로 각각 4분의 3 이상이 독서(81%)와 골프(75%)를 지목했다.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는 대부분 자기 개발을 다룬 책이나 경제·경영서를 꼽았다. 이로써 CEO들은 여가 시간과 여가 활동 역시 업무와 연관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주말과 휴가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시간이 일과 연결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말에 하는 골프 라운딩도 업무의 연장일 때가 많을 것이다. 그래서 CEO들은 가정 생활이나 개인 생활에 쓸 시간이 부족하다.

그 부족한 시간을 이들은 어디에 활용할까? 우리는 패널들에게 평소 가정생활에서 꾸준히 하는 활동이 무엇인지 물었다(복수응답). 패널의 절반 이상이 꾸준히 하는 활동은 이런 것들이다. 배우자와의 대화(93%), 배우자와의 외식(77%), 배우자와의 여행(56%), 배우자의 건강 관리 활동에 대한 지원(51%). 패널의 43%는 배우자와 취미생활을 함께 한다고 답했다.

여가 시간이 적지만 그 시간을 쪼개 배우자와 보내려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배우자와 함께 하는 취미생활은 50대가 뚜렷이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40대 이하 22%, 50대 61%, 60대 이상 42%) CEO들이 평소 한 달 여가 활동에 지출하는 경비는 평균 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여가 활동을 위한 지출은 나이가 많을수록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규모가 클수록 이런 지출을 뚜렷하게 많이 하고 있다(대기업 114만 원, 중견기업 97만 원, 중소기업 87만 원). 일 년에 쓰는 휴가 일수는 평균 8.3일로 조사됐다. 일 년에 읽는 단행본(정기간행물 제외)은 평균 20.2권이었다. 18일에 한 권 꼴로 책을 읽는 셈이다.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5%), <시크릿>과 <삼국지>(각각 4%), <세계는 평평하다>(3%) 등이 비교적 많이 꼽혔다.

<변화 리더의 조건>, <이기는 습관>, <디테일의 힘>,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 <생각의 탄생>, <깨진 유리창 법칙>, <긍정의 힘>, <어린 왕자>, <마시멜로 이야기>, <로마인 이야기>(각각 2%) 등도 각각 2명 이상이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지목했다.

“여건 허락하면 67세에 은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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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 CEO 중 종교 생활을 하는 사람은 56%로 조사됐다. 신앙인 중 65%는 기독교인이라고 답했다. 26%는 천주교인이었다. 불교 신자는 7%로 집계됐다. 참고로 일반 국민 중 종교 인구의 비율은 53.1%다(2006년 사회통계조사보고서). 종교인은 나이가 많을수록 뚜렷하게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60대 이상 CEO의 경우 74%가 종교 생활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패널 CEO들의 보유 재산은 평균 113억5000만 원으로 조사됐다(44%는 무응답). 재산 규모가 20억~30억 원인 사람(20%)이 가장 많았다. CEO들은 이 돈을 부동산(41.2%), 유가증권 등 동산(36.5%), 현금 및 예금(18.4%)의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산과 현금, 예금의 비중이 작지 않다.

CEO들은 몇 살에 은퇴하고 싶어 할까? 이번 서베이 결과 평균 67세로 조사됐다. 전체의 61.5%가 여건이 허락한다면 65세 이후에 은퇴하기를 바랐다. 은퇴 희망 연령은 나이가 많을수록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40대 이하 62.6세, 50대 66.0세, 60대 이상 71.8세). CEO들이 은퇴 후에 가장 하고 싶어 하는 것은 29%가 답한 사회봉사 활동이었다(복수응답).

이어서 여행(27%), 강의(9%), 저작(7%), 공부(6%), 신앙 생활-컨설팅(각각 5%), 연구·개발 활동(4%), 후진 양성(3%) 순으로 꼽혔다. 여행을 제외하면 은퇴 후 사회에 일정한 기여를 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회봉사 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CEO들은 나이가 많을수록 많았다(40대 이하 22%, 50대 27%, 60대 이상 35%). 또 전문경영인보다는 오너 경영인이 더 많았다(전문경영인 26%, 오너 경영인 35%). 전문경영인들은 사회봉사 활동보다 여행을 더 많이 하고 싶어 했다(여행 31%, 사회봉사 활동 26%).

글 이필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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