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6일 결혼! 박경모&박성현 커플 무삭제 러브스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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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중앙 그동안 스포츠 스타끼리의 만남은 많았지만 금메달리스트들의 만남은 없었다. 우선 금메달을 따기까지가 쉽지않고, 세계 최강의 실력을 지닌 남녀 선수가 사랑에 빠질 확률은 더욱 낮은 까닭. 그런 점에서 2008 베이징 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박경모&박성현 선수의 만남은 ‘운명’이다.

8월 내내 국민들을 들뜨게 했던 베이징 올림픽이 막바지로 치달을즈음, 베이징으로부터 깜짝 소식 하나가 들려왔다. 양궁 남녀 대표팀 주장인 박경모(33) 선수와 박성현(25) 선수가 1년간의 비밀연애 끝에 오는 12월 6일 웨딩마치를 울린다는 소식이었다.

특히 두 선수는 이번 올림픽에서 똑같이 양궁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2위에 빛나는 성적을 올려 더 많은 축하 인사가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두 사람의 결혼 소식에 네티즌들은 벌써부터 2세가 기대 된다는 반응. 세기의 신궁이 나올 것이란 기대가 대부분이다. 이 같은 국민들의 열렬한 축하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두 선수는 귀국하자마자 함께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다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제 두 사람은 비밀연애를 하지 않아도 되는 떳떳한 대한민국 공인 커플이다.

*** 첫 만남 후 5년 만의 고백
“성현아, 오빠랑 사귈래?”

금메달 5개, 은메달 2개. 이번 올림픽을 포함 해서 두 선수가 이제까지 올림픽에서 획득한 메달수다.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의 남녀 버팀목인 두 선수는 2001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박경모 선수는 남자 대표팀내 두 번째 고참 선수였고, 박성현 선수는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스무살이 된 어린 후배였다. 두 사람은 대표팀 김보람 선수의 소개로 처음 만났다.

“그때는 성현이가 너무 앳되어 여자로 보이지도 않았어요. 제 이상형은 44 사이즈 여성이거든요(웃음). 그러다가 2003년 뉴욕 세계선수권 대회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함께 다녀오면서 조금씩 성현이에게 마음이 가기 시작했어요. 보면 볼수록 편안하고 끌리는 사람이 있잖아요. 옆에서 지켜보니까 성현이가 딱 그렇더라고요.”

2003년부터 박성현 선수를 눈여겨봐 왔다는 박경모 선수. 다른 후배들보다 좀 더 챙겨 주는 것으로 애정 표현을 대신했다. 그러다 고백을 결심하게 된 시기는 지난해 11월 올림픽 선발전 준비 기간중이다.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열 달 동안 각기 다른 방식으로 열차례나 선발전을 치른다. 그는 한국 랭킹 100위중 거르고 걸러 8명을 선발하는 시합을 마치자마자 전북 군산의 박성현 선수 집으로 달려가 5년간의 짝사랑에 마침표를 찍었다.

최종 3명에 오르기 위해서는 아직 몇 차례 선발 단계가 남았지만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제 마음을 계속 숨기면 안 될 것 같아서 무작정 성현이한테 갔어요. 일단 소주를 한잔했어요. 묵묵히 한 병쯤 마셨을까? 마음을 가라앉힌 다음 바로 말을 꺼냈죠.‘ 오빠랑 사귈래?’ 그러니까 조금 생각하더니 얼굴이 빨개지면서‘네’그러더라고요.”

“오빠가 비바람이 몰아치는데 맛있는거 사주러 오겠다는 거예요. 얘기 듣고 당황했죠. 하지만 그게 또 싫지는 않더라고요. 사실 어느정도 눈치 채고 있었어요. 다른 여자 후배들은 일절 코치를 안해주는 오빠가 저는 개인적으로 불러내 자세도 바로잡아 주고 조언해 주었거든요. ‘나한테 다른 생각이 있나?’싶었죠 (웃음).”

지난해 11월 23일부터 교제하기 시작한 두 사람은 교제 기간은 짧지만 그 어떤 커플보다 자주 만났다. 베이징 올림픽 덕분이었다. 두 선수는 준비 기간 동안 호주 전지훈련도 함께 다녀오고 여러 대회에 함께 출전하기도 했다.

선수촌 내에서도 내내 붙어 있다시피 했다. 남녀 대표팀 주장이라 함께 있어도 두 사람의 관계를 의심하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박성현 선수의 룸메이트조차 몰랐을 정도. 박경모 선수의 소속팀 감독은 올림픽 후 지인과 소개팅을 시켜 주겠다는 말까지 했다고. 상황이 그렇다보니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 좋은데 둘만의 주말 데이트를 즐길 때가 문제였다.

선수촌 출입구가 하나여서 함께 움직이는 일 자체가 불가능했다. “나갈 때는 괜찮았는데 들어올 때가 힘들었어요. 일요일 저녁 6시까지 들어와야 하는데, 보통 선수들이 5시 정도에 다 들어와요. 그래서 들어올 때마다 근처 버스 정류장에 성현이를 내려 줘서 버스 타고 들어오게 하거나, 근처에서 걸어 들어가게 했죠.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오빠와 떳떳이 함께 들어가면 좋은데 그럴 수는 없잖아요. 알면서도 꼭 날 버리고 가는 느낌이더라고요. 그래서‘날 버리고 가느냐’ '엄마한테 이르겠다'고 투정 부린적도 있어요.”

동료들에게 들킬까봐 커플링도 주고받지 못 했지만 둘만 있을 때는 알콩달콩 닭살 데이트를 즐겼다. 영화 보고 드라이브도 하는 평범한 데이트 틈틈이 훈련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를 풀고 고민을 상담하기도 했다. 가끔 둘이서 양궁 시합을 할 때도 있는데 5경기 중 3경기는 박성현 선수가 이겼단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부족할 시간에 활시위를 겨누다니, 역시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의 만남답다.

박경모 선수는 “같은 일을 하는 사람끼리 연애한다는게 이렇게 좋을 줄 몰랐다”며“서로 고민에 대해 너무나 잘 아니까 의지가 많이 됐다”고한다.

*** 예비 장인장모에게 잘하는 싹싹한 사위
아테네 올림픽 때부터 점찍어 둔 며느릿감

기자는 처음 이 커플을 보는 순간 남녀가 바뀐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장에서 대담하게 활시위를 당기던 박성현 선수는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는 경기장에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수줍은 아가씨일 뿐이다. 낯을 많이 가리는 편. 반면 박경모 선수는‘터미네이터’란 별명과 달리 싹싹하고 다정다감하다. 박성현 선수도 그의 이런 면에 반했다.

“제 이상형이 원래 어른들한테 잘하고 윗분들한테 잘하는 사람이에요. 오빠는 책임감도 강하고 자기 할 일도 잘하는 점이 좋았어요. 특히 편찮으신 부모님께 하는 걸 보고 다시 보게 됐어요. 저희 부모님한테도 저보다 더 잘해요. 우리집에는 아들이 없어서 결혼하면‘아들 노릇을 해주겠구나’하는 생각이들었어요.” 실제로 박경모 선수는 연애 초반부터 눈도장을 수시로 찍으며 예비 장인장모에게 선물 공세를 펼쳤다. 지금도 일주일에 세번 정도 예비 장인장모에게 안부전화를 한다. 처음에는 같은 성씨인데다 워낙 그의 나이가 많아 결혼을 반대하던 박성현의 부모님도 시시콜콜 안부를 챙기는 예비 사위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조금 반대도 있었어요. 제가 장남이고 나이도 많잖아요. 반면 성현이는 네 딸 중 막내고요, 거기다 어리기까지 하니 더 주기 싫으셨나봐요. 성현이가 대학원 졸업한 다음에 결혼 문제는 그때 가서 얘기하자 하셨는데, 이번에 기 사 터지고 나서 저 장가 못 가는 줄 알았어요. 우리끼리 날 다 정해 놓고 기사로 통보하느냐고 서운해하셔서요(웃음).”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 박경모 선수에게는 사실 한시라도 빨리 결혼하고픈 이유가 따로 있었다. 지난 6월 9일 세상을 뜬 아버지께 생전에 장남의 결혼식을 보여 주고 싶었던 것. 그의 아버지는 2005년부터 림프선육종이란 희귀암으로 고생해 왔다. 한 차례 큰 수술을 받고 점점 호전되는 듯했으나 올해 갑자기 병세가 악화됐다.

박경모 선수는 주말마다 고향에 내려가 아버지의 곁을 지켰으나 정작 임종 순간은 지켜보지 못했다. 이는 평상시 고인이 “우리 아기”라 부르며 예뻐하던 예비 며느리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박성현 선수는 당시 두 사람의 관계를 비밀로 하고 있을 때라 선수단과 함께 잠시 다녀가는 걸로 슬픔을 달래야했다.

“성현이를 처음 집에 데려가 인사시켰을 때 아버지가 무척 좋아하셨어요. 손을 꼭 잡고 계속 웃으시더라고요. 아테네 올림픽 때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어머니, 아버지 두 분 다 며느리 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대요. 그런데 마지막 가시는 길에 떳떳하게 인사도 제대로 못했으니 저보다 성현이가 더 마음이 아팠을 거예요.”

“자기도 힘들텐데 아버님이 다 이해하실 거라고, 그냥 맘 편하게 있으라고 오히려 저를 걱정해 줬어요. 제가 오빠를 위로해 줘야 하는데 많이 미안하고 고마웠죠.”

“아니에요. 며느리라고 인사도 다 드렸는데, 그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어요. 제가 성현이 심정을 잘 아니까 너무 마음 아파 하지 말고 편하게 있으라고 한 것뿐이에요.”

박경모 선수는 베이징 올림픽 개인전에서 아버지의 유품인 금반지를 끼고 경기에 임했다. 비록 아버지의 소원대로 금메달을 목에 걸진 못했지만 경기 후 환한 웃음을 보였다. 가슴 졸이며 연인의 경기를 지켜봤을 박성현 선수를 위해서다. 아닌게 아니라 박성현 선수는 “경모 오빠 결승전 때 제가 활을 쏘는 것보다 오빠 활 쏘는 걸 보는 게 더 힘들었다”며 여자 친구가 마음 아플까 봐 울음을 참고 웃어 준 그에게 고마워했다.

*** 2세는 대여섯명 정도 낳을 생각
또 다른 바람은 부부 IOC 선수위원이 되는 것

두 사람은 요즘 결혼식 준비가 아닌 경기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9월 27일 스위스로잔에서 열리는 월드컵 파이널 경기 이후 전국체전과 10월 말 세계선수권 선발대회 출전이 줄줄이 예정되어 있다.

덕분에 결혼 후에도 당분간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일은 꿈도 못 꿀일이다.

“결혼 생활도 합숙 생활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물론 조금은 달라지겠죠. 하지만 서로 어떤 상황인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금씩 양보하고 챙겨 주다 보면 크게 싸울 일은 없을 것 같아요. 가사 일도 벌써 얘기 끝났어요. 일주일에 4일 정도는 제가 다 하는 걸로 결정이 나 있어요.”

박성현 선수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박경모 선수의 표정을 보고 있자면 일주일에 4일이 아니라 평생 이라도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줄 태세다. 하긴 2세 계획을 묻는 질문에 “넷이나 여섯 정도 되는 대로 많이 낳고 싶다”고 답하는 것으로 보아 박경모 선수 손에 물이 마를 날 없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두 사람에게는 대가족을 꾸리겠다는 계획보다 더 야심찬 계획이 있다. 그건 바로 부부 IOC 선수위원이 되는 것이다. 일단 그 전에 박성현 선수는 2012년 런던 올림픽도 준비해야 하고, 박경모 선수는 지도자로 변신을 고심하고 있어 두 사람은 준비할 일이 많다.

그러니 온 국민이 기대하는 아기‘신궁’은 결혼 후에도 꽤 기다려야 할 듯하다. “이번에 문대성 선수가 IOC 선수위원이 됐잖아요. 저희도 둘 다 자격을 갖추고 있어요. 이제 언어 실력만 갖추면 그 자리에 도전해 보려고요. 조금씩 준비해야죠. 앞으로도 저희 두 사람, 꾸준히 지켜봐 주세요.”

취재_윤혜진 기자 사진_조병각(studio l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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