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에 700조원 ‘중국판 뉴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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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구이저우(貴州)성 충장(從江)현 주민들이 지난달 30일 배를 연결해 가설한 부교 위로 조랑말 달구지를 이용해 건설자재를 나르고 있다. 4조 위안에 달하는 경기부양대책 발표 이후 중국 전역에서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충장 신화=연합뉴스]

중국 쓰촨(四川)성의 청두(成都) 시내 중심에 자리 잡은 청두시 신청사. 금융2처 사무실에 들어서니 ‘迎來開工決戰月(영래개공결전월)’이라는 작은 팻말이 눈에 들어온다. 런루이훙(任瑞洪) 처장에게 그 뜻을 물으니 “건설프로젝트 기공을 위한 결전의 달을 맞이하자”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12월에 청두~란저우(蘭州), 청두~충칭(重慶)제2철도 등 모두 7개의 철도 노선 공사가 동시 착수된다”며 “당초 3년 안에 끝내기로 한 공사를 중앙정부의 비준을 얻어 2년으로 앞당겼다”고 말했다. 철도 건설 총력전에 돌입한 것이다.

청두뿐만이 아니다. 상하이와 광저우(廣州)·우한(武漢)·항저우(杭州) 등 중국의 상위 도시 15곳에서는 지하철 공사가 한창이다. 그런가 하면 베이징~상하이, 우한~광저우, 하얼빈(哈爾濱)과 다롄(大連) 등을 잇는 고속전철도 깔리고 있다. 중국 철도부에 따르면 중국 전역의 150개 철도 노선에서 현재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올해 약 3500억 위안(약 70조원)이 투자됐다.

내년에는 올 투자액(3500억 위안)보다 약 세 배 많은 자금이 철도에 쏟아진다. 중국 철도부는 “향후 3년간 총 3조5000억 위안(약 700조원)의 자금을 철도 건설에 쏟아 붓겠다”며 내년엔 우선 1조 위안 이상을 배정키로 했다. 특히 국무원이 최근 지방정부에 ‘미뤘던 철도 공사를 다시 보고하라’고 지시하는 등 중국 전역에는 향후 수년간 동시다발적으로 철도 공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로코모션 이코노미(Locomotion economy·기차 경제)’.

현지 경제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이번 경기부양을 이렇게 표현한다. 향후 2년간 투자될 4조 위안(약 800조원)의 경기부양 자금 중 절반 정도가 철도 분야에 투자될 예정이다. 철도가 위기에 처한 중국 경제를 구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등장한 것이다. ‘로코모션 이코노미’는 “경제성장률 8%는 반드시 지킨다”는 중국 당국의 의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 고용인력을 늘리고, 관련 산업을 일으켜 내수를 부추기겠다는 취지다. 내년 1조 위안이 철도 건설에 풀리면 600만 명의 신규 고용이 창출될 것이라는 게 중국 철도부의 추산이다. 철강·시멘트 등 관련 산업 파급 효과도 크다. 중국은 향후 2년 동안 구원투수 격인 철도 공사를 중심으로 임대형 아파트 공사, 농민 소득 증대 사업 등의 내수 부양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10년 전에도 그랬다. 중국은 1997년 터진 아시아 금융위기로 경제가 위협받자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당시 중국이 선택한 투자 대상은 도로. 98년부터 2004년까지 매년 1400억 위안이 도로 건설에 투입됐다. 유명 경제학자인 쑨리젠(孫立堅) 푸단(復旦)대 교수는 “10년 전 중국은 도로 투자로 아시아 금융위기의 여파를 차단하는 데 성공했고, 결국 아시아의 맹주로 등장했다”며 “이번에는 철도가 중국 경제를 살리고, 더 나아가 중국을 세계경제의 맹주로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세계 경제위기가 중국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조심스러운 분석이다. ‘로코모션 이코노미’로 상징되는 과감한 경기부양책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다.

한우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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