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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올림픽 30年·태권도 40年] 62. IOC 생활체육총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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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사마란치 위원장(左)은 1996년 서울 IOC 생활체육총회에 참석하기 전 한방 치료를 받고 더욱 한국을 좋아했다.

1996년 4월 서울 쉐라톤워커힐 호텔에서 IOC 생활체육총회가 열렸다. 93년 IOC 분과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이다. 이 총회는 IOC가 주관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네스코, 그리고 GAISF가 후원한다. 한국을 스포츠의 센터로 만들고, 엘리트 스포츠에 이어 생활체육에도 눈을 돌리게 할 목적으로 유치한 총회였다.

그때까지 스포츠와 관련해 한국에서 개최한 큰 회의는 모두 신라호텔에서 열렸는데 장소를 워커힐로 옮긴 것은 한국의 다양성과 잠재력을 좀 더 많이 세계에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한국이 세계와 아시아 스포츠의 중심에 서기 위해서는 모든 국제경기와 주요 국제회의를 골고루 유치하는 게 중요하다. 경기력 향상은 물론 스포츠 교류와 외교, 인재 육성, 한국스포츠에 대한 인식 제고, 그리고 협력 유도 등이 목적이었다.

한국에서는 이홍구 당시 총리가 참석했다. 사마란치 위원장을 비롯해 많은 IOC 위원과 국제경기연맹 회장, NOC 위원장들이 한국에 왔다. ‘21세기 지구촌 가족과 스포츠’라는 주제로 진행된 총회에서 독일의 트뢰거 IOC 위원이 주제연설을 하고 나와 독일체조연맹의 디케르트 회장이 기조연설을 했다. 부제는 ‘스포츠와 가족’ ‘스포츠과학과 인간’ ‘스포츠와 세계가족’ 등이었다. 총회에서는 ‘스포츠를 통해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서울선언을 채택했다. 스포츠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많다.

총회가 열리기 전 사마란치 위원장이 집으로 전화를 했다. 허리가 아파서 총회에 참석하지 못하니 양해해 달라는 것이다. 병원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도 자신은 움직일 수가 없다고 했다.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아내가 제안했다. 서울에는 양의뿐 아니라 한의도 있는데 한국에 와서 한방 치료를 받으면 어떠냐는 것이었다. 사마란치에게 이 이야기를 전했더니 “미세스 킴을 바꿔달라”고 한다. 직접 얘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 사마란치는 ‘여자의 직관’을 매우 존중하는 분이다. 아내와 통화하더니 한국에 오기로 했다.

도착하자마자 삼성서울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뒤 경희한방의료원 원장을 호텔로 초청했다. 침을 놓고, 부황을 뜨고, 마사지를 했다. 내가 봐도 놀랄 만큼 호전됐다. 총회 내내 모든 행사에 아무 이상 없이 참석했다. 사마란치는 한국을 떠나기 전 한 번 더 치료를 받고 싶다고 했다. 한방 치료를 받고 출국한 사마란치는 전화를 해서 “귀국 후에도 아무 부작용이 없고 매우 좋다”며 기뻐했다.

스포츠뿐 아니라 한방 치료로 한국의 이미지가 더욱 좋아졌다. 원래 친한파였던 사마란치지만 한방 치료를 계기로 더욱 한국을 좋아하게 됐다. 이 모든 것을 통틀어 스포츠 외교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모두 보여주고, 자랑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자랑해야 한다. 그리고 진심으로 상대를 위해 줄 때 상대도 나를 위해 힘을 써준다.

김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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