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사가 쓰는 性이야기] ‘30초 인생’의 원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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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박사님, 제 30초짜리 인생 좀 바꿔주세요.”

흔히 ‘짧은 시간’을 거론하는 성기능장애 남성은 대부분 조루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30대 초반의 T씨는 다른 이유로 고민하고 있었다.

“예전엔 꽤 오래 단단했던 놈이 요즘은 1분도 안 돼 쉽게 흐물거리니 원….”

몇 개월 전부터 T씨의 발기는 갑작스러운 변화를 맞았다. 발기가 되었다가도 쉽게 풀려버리니 여간 골치가 아니었다. 한마디로 발기 유지가 안 되는데, 이런 현상은 특히 여성 앞에서 실제 삽입을 하려면 두드러졌다.

당황한 T씨, 인터넷을 뒤지고 나름대로 알아본 바 발기 유지가 잘 되지 않으면 ‘정맥성 발기부전’일 수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에 놀라 가까운 곳에서 진찰을 받았더니 그곳 의사 역시 정맥성 발기부전 같다고 진단했다. 설상가상, 인터넷이나 일부 비전문가로부터 정맥성 발기부전은 뾰족한 완치법이 없어 발기약이나 발기주사를 통해 인공적 발기를 시키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듣게 되자 좌절감은 더욱 커졌다.

극도의 절망감에 필자를 찾은 T씨. 하지만 면밀히 검사한 결과 그의 문제는 그야말로 ‘절망적인’ 정맥성 발기부전은 아니었다. 정맥 기능이 다른 원인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제한받고 오작동한 것이었다. 이런 환자는 정맥 기능을 저하시키는 원인을 교정하면 십중팔구 완치된다.

발기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거나 혈관 도플러 검사상 정맥 기능이 일부 떨어지는 결과가 나온다고 무조건 최악의 정맥성 발기부전은 아니다. 극도의 긴장이나 불안, 강한 스트레스 상황, 또 발기가 안 될까 두려워하거나 발기를 시켜야 한다는 중압감은 교감신경을 흥분시킨다. 이때 만들어지는 아드레날린은 강력한 혈관수축제로 발기가 풀려버리는 상황을 유발하며 이는 검사 시에도 마찬가지로 정맥 기능을 제한한다. 문제는 성의학 전문지식이 부족한 환자들은 물론 의사조차 쉽게 사그라지는 양상의 발기에 대해 무조건 정맥성 발기부전이라는 오진을 많이 한다는 점이다. 실제 정맥성 발기부전인지 다른 원인으로 인한 발기부전인지 알 수 있는 손쉬운 감별 포인트는 자위 시와 평상시 발기상태를 비교해 보는 것이다. 자위 시엔 좀 낫다면 심각한 정맥성 문제로 보기 어렵다.

정맥성으로 보이는 발기부전뿐 아니라 대부분의 발기부전은 원인만 잘 찾아 교정하면 제법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다. 20~30대 젊은 남성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인에 맞는 제대로 된 치료는 제쳐둔 채 발기약이나 발기주사에만 의존하는 것은 발기부전의 완치라 할 수 없다. 완전한 치료란 자연 발기가 가능한 상태로 회복시키는 것이다.

한두 번의 두통이야 두통약으로 건너뛸 수 있지만, 두통이 만성적으로 반복된다면 두통이 생기는 원인을 정확히 찾아야 한다. 그 원인이 혈압이면 혈압 치료를 하고, 스트레스에 따른 긴장성 두통이라면 그 스트레스와 긴장을 다루는 것이 두통을 치료하는 올바른 방법이다. 두통약을 반복해 복용한다고 해서 두통이 완치될 수는 없듯, 발기약이나 발기주사만 맞고 인공 발기를 시킨다고 발기부전이 완치되는 것은 아니다.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제대로 된 치료다.

강동우·백혜경 성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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