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부부는 질병도 닮는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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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창부수(夫唱婦隨)일까.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이순자 여사가 똑같은 부위에 생긴 질환을 같은 의사에게 시술받아 관심을 끈다. 위치는 배를 지나는 복부대동맥. 심장에서 나온 혈액을 다리로 보내는 우리 몸에서 가장 굵은 혈관이다. 같은 부위에 발생한 질환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두 분의 병명은 다르다.

시술을 맡은 신촌세브란스 심장내과 최동훈 교수는 “전 전 대통령은 혈관이 늘어나 한쪽이 풍선처럼 부푸는 복부대동맥확장증(동맥류라고도 함)이며, 이 여사는 혈관이 막히는 복부대동맥경색증”이라고 밝혔다.

위험도는 확장증이 훨씬 높다. 갑작스럽게 혈관이 터질 경우 혈액이 쏟아져 나와 병원에 오기 전에 사망한다. 응급수술을 해도 사망률은 85%나 된다. 발병을 알리는 특별한 증상도 없어 조기검진으로 발견하지 않으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전 전 대통령은 몇 년 전 건강검진(복부초음파 또는 CT촬영)에서 이 질환을 발견해 혈관의 부풀어오르는 정도를 매년 관찰했다. 지난 3일 수술을 결정한 것은 혈관 직경이 수술 대상인 5㎝를 넘었기 때문이다. 반면 이 여사가 앓은 경색증은 혈관이 막히는 질환이므로 사전에 증상이 있다.

최 교수는 “평소 걸을 때 다리에 기운이 빠지고, 감각이 떨어지거나 엉덩이가 땅기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2년 전 이 여사는 이런 증상을 나이 탓으로 생각하고 방치하다 하반신 마비까지 오는 응급상황에서 수술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시술 방법도 조금 다르다. 확장증의 경우엔 압력이 혈관의 부푼 쪽으로 가지 않도록 스텐트 그래프트라고 하는 그물망으로 막아 혈관의 흐름을 바꿔준다. 홍수가 났을 때 둑을 만들어 급류를 막는 것과 같은 원리다. 반면 경색증은 막힌 혈관의 혈액을 소통시키기 위해 역시 스텐트라는 관을 집어넣는다.

복부대동맥 질환은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늘어나고 있다.

최 교수는 “복부대동맥은 직경이 2.5∼3㎝로 굵기 때문에 쉽게 막히거나 늘어나지 않는다”며 “하지만 나이가 들면 동맥경화가 진행되고, 이에 따라 혈관벽이 약해지면서 혈압을 견디지 못해 늘어난다”고 말했다. 동맥류는 복부대동맥·하행대동맥·상행대동맥 순으로 많이 발생하며, 이 중 복부대동맥이 전체의 75%를 차지한다.

시술은 매우 간단해졌다. 예전 같으면 복부를 열어야 했지만 지금은 사타구니에 있는 대퇴동맥으로 기구를 넣어 스텐트를 삽입하면 끝난다. 시술 시간은 1시간30분 정도. 10일 이상 걸리던 입원 기간도 2∼3일로 줄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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