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는 딱 한마디 했다, 노파 돌변한 요염한 여인들

  • 카드 발행 일시2024.06.05
 “삶이 고통의 바다”라고 여기는 우리에게 “삶은 자유의 바다”라고 역설하는 붓다의 생애가 궁금하지 않으세요? 백성호 종교전문기자가 ‘붓다뎐’을 연재합니다. ‘종교’가 아니라 ‘인간’을 다룹니다. 그래서 누구나 읽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종교와 상관없이 말입니다.
사람들은 지지고 볶는 일상의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며 살아갑니다. 그런 우리에게 붓다는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가 돼라”고 말합니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이 돼라”고 합니다. 어떡하면 사자가 될 수 있을까. ‘붓다뎐’은 그 길을 담고자 합니다.
20년 가까이 종교 분야를 파고든 백성호 종교전문기자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인문학에 묻다, 행복은 어디에』『예수를 만나다』『결국, 잘 흘러갈 겁니다』등 10권의 저서가 있습니다. 붓다는 왜 마음의 혁명가일까, 그 이유를 만나보시죠.

 (19) 요염한 악마의 세 딸…결국 시드는 꽃

동전이 하나 있다. 만약 그 동전에 앞면이 없다면 어찌 될까. 그럼 뒷면도 없어진다. 앞면이 있기에 뒷면도 존재한다. 선(善)과 악(惡)도 그렇다. 선이 있으면 악은 저절로 존재한다. 마치 시소의 양쪽 끝처럼 말이다.

보리수 아래서 싯다르타가 찾는 건 선(善)의 경지가 아니었다. 선과 악의 이분법을 뛰어넘는 깨달음이었다. 그래서 악마는 두려움을 느꼈다.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이루면 자신이 살 곳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행을 방해하기도 작정했다.

출가하기 전 싯다르타 왕자의 모습을 새긴 조각상. 인도 델리 박물관에 있다. 백성호 기자

출가하기 전 싯다르타 왕자의 모습을 새긴 조각상. 인도 델리 박물관에 있다. 백성호 기자

이런저런 방법을 써도 먹히지 않자, 악마는 자신의 세 딸을 보냈다. 젊고, 아름답고, 요염한 여자들이었다. 그들이 말했다.

“저희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처녀들입니다. 저희를 항상 곁에 있게 하소서.”

싯다르타는 그들을 둘러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몸은 비록 아름다우나 마음은 정숙하지 못하다. 너희는 나의 마음을 어지럽히고자 한다. 그 뜻이 순수하지 못하다. 그러니 물러가라. 너희의 시중은 필요치 않다.”

그러자 악마의 세 딸은 순식간에 노파로 변해버렸다. 젊음과 아름다움, 그리고 요염함도 결국 늙게 마련이다. 그걸 피해갈 수는 없다.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삶. 싯다르타는 거기에 절망하며 출가했다. 그러니 악마의 세 딸이 드러낸 요염함과 아름다움도 결국 시드는 꽃에 불과하다. 싯다르타의 눈에는 그게 훤히 보였으리라.

혹자는 물음을 제기한다. “악마의 딸이 정말로 나타나 싯다르타를 유혹할 리가 있나. 이건 그냥 지어낸 이야기에 불과하다.” 꼭 그렇진 않다. 동서양 여러 종교의 경전을 읽다 보면 이런 일화가 간혹 등장한다. 성경에도 예수가 광야에서 악마를 물리치는 장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