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한인 만나면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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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정치인 라이언 김(左)과 함께한 오바마.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한국을 찾은 적이 없다. 그러나 한국에 대한 관심은 상당하다. 하와이·인도네시아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면서 한국과 간접적 인연을 맺기도 했다.

◆대선 캠프에 ‘한반도팀’ 따로 둬=올 초 선거운동을 시작하며 ‘한반도 정책팀’을 출범시켰다. 미 대선주자 중 처음이었다. 한반도팀장인 프랭크 자누지는 조 바이든 부통령 당선인의 보좌관을 맡아오며 주미 한국대사관·한국 외교부에 깊은 인맥을 쌓았다. 자누지를 보좌하는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연구원도 한국어와 한반도 현안에 능통한 한국통이다. 자누지는 지난달 워싱턴 인근에서 한인들이 초청한 파티에 나와 “오바마가 집권하면 한국과의 동맹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인 만나면 “안녕하세요”=지난여름 유세장에서 마주친 한인 자원봉사자 김대용(32)씨에게 “안녕하세요”라고 한국어로 인사했다. 자신의 한반도 정책을 묻는 한인 대학생에게도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 뒤 “한국은 강력한 우방이지만 북한과는 친구가 아니다”라고 즉석에서 답해 한인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의 여동생인 마야 소에토로-응(38)은 “오바마가 자란 하와이는 한인이 많아 한국 문화를 자연스레 익힐 수 있었다”며 “오바마와 나는 1주일에 한 번은 비빔밥을 먹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태권도 5급 실력=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이었던 2001년 태권도에 입문해 청띠(5급)를 땄다. 시카고의 투자업체 ‘캘더’사의 CEO 데이비드 포스너는 지난 3월 시카고 중앙일보에 “당시 시카고 중심가에 위치한 이스트뱅크 클럽의 태권도 사범(5단)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오바마가 태권도를 배우려고 나를 찾아왔다”고 밝혔다. 당시 클럽 회원이었던 오바마가 스스로 등록한 것이다. 포스너는 “오바마는 4년간 꾸준히 적극적으로 태권도를 배웠지만 2004년 연방 상원의원에 출마하면서부터 도장에 나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 초 우연히 비행기에서 오바마를 만났는데 나를 ‘사범님(Sir)’이라고 불렀다”고 전했다.

◆한인 정치인 유세 지원도=2004년 상원의원에 당선된 오바마는 다음해 9월 뉴저지주 에디슨시 시장에 출마한 한인 2세 최준희 후보를 지원 유세했다. 오바마는 5000여 유권자 앞에서 최 후보와 어깨동무하면서 “우리 둘을 보면 미국에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에 당선된 최씨는 이번 대선에서 오바마의 선거운동을 적극 지원했다.

◆보좌관도 한국계=일리노이주 오바마 상원의원실의 보좌관 미셸 최는 한국계다. 지난해 미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을 끌어낸 한인 여성운동가 애너벨 박(40·한국명 박소현)도 오바마 캠프에서 인터넷 동영상팀장으로 활약했다. ‘오바마를 위한 미 동부지역 아시아 연대회’의 대표인 라이언 김(32)과 한인들의 유권자 등록운동을 주도하며 오바마를 측면 지원해 온 뉴욕-뉴저지 한인 유권자센터의 김동석(50) 소장도 오바마의 한인 인맥이다. 김 소장은 “사우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 오바마를 경호한 요원 두 명이 한국계였다”며 “오바마 캠프에서 일하는 한인은 수십 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도산 안창호의 딸이자 미국 해군 사상 첫 여성 포병장교에 오른 안수산(93) 여사도 “오바마가 아버지를 떠오르게 한다”며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한국에 부정적인 시각도=오바마는 저서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Dreams from My Father)』에서 시카고 흑인 밀집지역에서 접한 한국 상인들을 이기적인 사람들로 묘사했다. 한국인들이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큐 클럭스 클랜(KKK)에 돈을 댄다는 내용도 있다. 한국계 여성이 옷가게에서 뜨개질하는 모습을 실직한 시카고 노동자들의 고통과 대비시키며 ‘질서의 상실’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오바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므로 재협상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에 매년 자동차 수십만 대를 파는데 한국에서 팔리는 미국 차는 수천 대뿐”이라며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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