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가 독주곡이라면 신작 아이온은 오케스트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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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김택진(42·사진) 엔씨소프트 사장이 1998년 온라인 게임 ‘리니지’를 선보인 지 10년 만에 또 하나의 대작 게임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리니지는 게임 역사에 남는 빅 히트였다. ‘국내 최초의 대중화 온라인 게임’이란 평가를 받았다. 김 사장은 11일 출시할 ‘아이온’으로 그 계보를 잇겠다는 야심이다.

아이온 프로젝트에는 국내외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개발과 마케팅에 참여했다. 90년에 국내 첫 워드프로세서 ‘아래아한글’을 함께 개발했던 서울대 공과대 후배 우원식(41)씨가 개발총괄팀장(상무)으로 김 사장과 다시 뭉쳤다. 국제적으로 이름난 재일교포 음악가 양방언(료 구니히코·48)씨는 오리지널사운드트랙을 작곡하고 게임음악을 총괄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인생의 동반자가 된 ‘천재 소녀’ 윤송이(33) 전 SK텔레콤 상무는 10일부터 회사의 최고전략책임자(CSO·부사장)로 나선다. 6일 서울 삼성동의 엔씨소프트 사무실에서 캐주얼 차림의 김 사장을 만났다. “리니지가 독주곡이었다면, 아이온은 오케스트라”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느낌이 어떤가.

“(화려한 배경 그림을 보여주며) 동서양의 신화·설화와 관련된 500여 권의 문헌을 참고해 스토리를 탄탄하게 구성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만하다. 또 1500여 가지의 캐릭터 임무와 5000여 장의 밑그림, 5500여 종의 효과음으로 온라인 게임 세상을 한 단계 격상시켰다.”

-아이온 개발 과정은.

“4년 동안 제작비 250억원을 들였다. 130여 명의 개발 인력이 투입됐다. 개발총괄팀장이 과로와 스트레스로 건강이 나빠져 연이어 그만둘 만큼 고된 작업이었다. 결국 ‘아래아한글’ 이후 10년 만에 뭉친 우원식 상무가 3기 개발총괄팀장으로 2년 전부터 아이온 제작을 진두지휘했다. 서울대 공대 시절 선후배로 만나 함께 꿈을 품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던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갔다.”

-국내외에서 유명한 양방언씨가 음악을 맡았다.

“아이온 개발을 시작하면서 그에게 음악총괄을 부탁했다. 종전엔 할리우드 음악가에게 맡겼다. 분명 세련미는 있지만 찡한 맛이 덜했다. 양씨는 KBS 다큐멘터리 ‘차마고도’ 등의 배경음악을 만든 국제적 음악가다. 아이온에는 74인의 런던 교향악단이 함께한 22곡의 사운드트랙이 담겼다. 그의 의욕은 대단했다.”

-배우자가 부사장으로 일하게 됐는데.

“아이온의 성공과 엔씨소프트의 도약, 한국 게임산업의 중흥을 위해 우수 인재를 총동원한다는 취지다. 가족이 경영에 참여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는 걸 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회사에선 아내가 아니라 전략가 역할이다. 아이온의 글로벌 전략 수립을 맡는다. (사진을 보여주며) 8월에 늦둥이 아들을 봤다. 석 달 가까이 몸조리를 해 아내도 일하고 싶어 했다.”


-아이온이, 침체된 게임 시장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수년간 온라인 대작게임 시장이 시들했다. 아이온은 우리 회사의 사활이 걸려 있지만 한국 게임산업을 활성화하는 돌파구가 됐으면 좋겠다.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흥행을 이끌어 내겠다. 내년에 중국·미국·유럽·일본·동남아 등지에 서비스한다. 내년도 아이온 매출의 50% 이상을 해외에서 이루겠다.”

-서비스 개시일을 11월 11일로 잡은 건 특별한 뜻이 있나.

“리니지는 온라인 게임 역사에서 숱한 기록을 남겼다. 서비스 시작 1년 만에 회원 100만 명, 3년 만인 2001년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오늘날 지구촌의 4300만 명이 리니지를 즐긴다. 리니지처럼 1등을 계속 고수하자는 뜻으로 ‘1’자가 많이 들어간 날을 출시일로 택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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