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나와 말문 연 농구선수 허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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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17일 오후10시,서울구치소 문을 나서는 허재의 얼굴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마중나온 아내 이미수씨와 중앙대 은사 정봉섭씨,기아구단 최상철상무의.축하'를 받는 자리에 허재는 없었다.24일간의 구속기간중 고뇌와 참회를 거듭한 31세의 젊은이가 해쓱한 얼굴로 몸을 떨고 있을 뿐이었다.오후부터 몰아닥친 추위 때 문만은 아니었다. 석방소식을 듣고 몰려든 보도진을 피해 도망치듯 구치소를떠난 허재(사진)는 이날밤 서울잠원동 자택인근의 P호텔에서 아내와 함께 밤을 새웠다.탈진한 표정의 허재가 입을 뗀 것은 오전1시가 가까워서였다.
“잘못했습니다.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새로 시작하겠습니다.” 허재는 용서를 구하지 않았다.실망과 분노로 얼룩진 팬들의 마음이 먼저 돌아서기 전에는 누구도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고 느꼈던 것일까.
“당분간 근신하면서 몸과 마음을 바로잡겠습니다.모두가 저를 용서하고 허락하기 전에는 코트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겠습니다.”그러나 허재는 언제일지 모를 복귀순간에 대비해 늦어도 이달말께훈련을 재개,한달 이내에 언제든 경기출전이 가능한 상태로 몸을다듬겠다고 말했다.그동안 허재는 말썽을 저지를 때마다 “봐달라”며 비굴하게 몸을 낮췄다가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듯 다시 무절제한 생활에 빠져들었다.
허재가 이번에는 정말 달라진 것일까.허는 축 늘어졌다가도 농구얘기에는 눈이 반짝였다.최근 끝난 국제대학농구 올스타전 결과와 대학선수들의 용병반대시위 내용도 알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못미더운듯 바라보던 정봉섭씨는“이제 아무도 너의말을 믿지 않는다”고 속깊은 말을 남긴채 허재와 헤어졌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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