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수 기자의 환경 이야기] 가창오리떼 ‘아름다운 비행’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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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 깊어가면서 창원 주남저수지나 남해안 순천만, 서해안 천수만 같은 철새 도래지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겨울을 나기 위해 한반도까지 날아오는 철새는 몽골 출신의 독수리, 시베리아 출신의 두루미를 포함해 200종 가까이 됩니다. 숫자도 160만 마리를 웃돕니다.

겨울 철새를 얘기할 때 전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가창오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오리과에 속하는 이 새는 세계적으로도 80여만 마리에 불과해 국제보호종인데, 90% 이상이 한반도 서해 갯벌에서 겨울을 보냅니다. 10만 마리가 넘는 가창오리 떼가 한꺼번에 날아올라 저녁 하늘을 뒤덮는 모습은 정말 장관입니다.

가창오리의 군무(群舞)를 보면 궁금해지는 게 있습니다. 하나는 수많은 새가 어떻게 부딪치지 않고 똑같이 방향을 바꾸면서 하늘을 날아다니느냐 하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새들이 복잡하게 생각하기보다는 단순한 몇 가지 규칙에 철저히 따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규칙은 바로 ①무리의 중심으로 이동하라 ②근처 동료에게 가까이 붙어라, 그러나 부딪치지는 말아라 ③속도를 맞춰라 같은 세 가지입니다.

조류학자들이 어떻게 해서 “16만 마리, 17만 마리”하고 가창오리의 숫자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전문가들은 보통은 지형지물로 경계를 삼고, 일정한 크기의 그룹이 몇 개인지 헤아리는 방법을 쓴다고 합니다. 10마리, 혹은 100마리 그룹이 몇 개인지 하는 식으로 세는 거죠. 어떤 때는 촬영한 사진에다 가로·세로 격자를 그려서 세기도 합니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선 매년 2월 같은 날 전국 주요 철새도래지에서 어떤 종이 얼마나 왔는지를 동시에 조사합니다. 바로 ‘겨울철 조류 센서스’입니다. 철새 센서스에서 최대의 철새도래지가 어딘가를 결정하는 것도 가창오리 떼입니다. 조사 시점에 가창오리 떼가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곳이 최대 도래지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겨울 탐조여행을 떠날 계획이 있다면 새들을 자극하는 흰색·붉은색 계통의 옷을 피하고, 향이 짙은 화장품 사용을 자제하길 부탁드립니다. 큰 소리를 내거나 너무 가까이 가지 않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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