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그냥 버릴 옷까지 기워 입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오바마가 4일 밤(현지시간) 시카고 그랜트파크에서 당선 수락 연설을 할 때 입었던 짙은 남색 정장은 그날 아침에 내가 세탁해 준 옷이에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살고 있는 시카고 사우스 사이드 51가 인근 하이드파크에서 ‘골든터치’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인 세라 강(여·사진)씨는 5일 자랑스럽게 이렇게 말했다. “오바마 캠프 관계자가 4일 오전 급하게 양복을 맡기면서 ‘빨리 세탁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둘러 세탁했더니 그날 오후 2시에 찾아갔다”는 것이다.

또 “당선 수락 연설 장면을 보니까 내가 세탁한 옷을 입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동네가 온통 잔치 분위기”라며 “단골손님이 대통령이 됐으니 기분이 좋다. 오바마의 포스터와 티셔츠를 업소 안에서 잘 보이는 곳에 놓아 뒀는데 당선에 조금이라도 기여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세탁소는 30여 년간 다른 한인이 운영하다 지난해 강씨가 인수했다. 강씨는 “전 주인으로부터 ‘오바마가 1992년 아내 미셸과 결혼한 뒤부터 우리 세탁소를 이용한 단골손님’이란 이야기를 들었다”며 “오바마는 대선 캠페인 기간 중에도 일주일에 두 차례씩 세탁물을 맡겼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바마의 사진과 그가 지불했던 영수증을 보여 줬다. 미셸의 부모들도 강씨 세탁소의 단골이다.

그는 “오바마는 매우 검소한 사람”이라고 밝혔다. “오바마가 지금까지 맡긴 옷들은 고가 명품이 아니었고, 오래된 옷도 수선해 계속 입었다”는 것이다.

강씨는 “지난겨울에는 오바마가 속이 해진 코트를 맡겨 고쳐 준 적도 있다”며 “웬만한 집에선 그냥 버릴 옷까지 기워 입는 걸 보고 절약 정신이 몸에 배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대선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동네 잡화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수십 달러짜리 셔츠도 많이 맡겼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2004년 연방 상원의원에 출마하기 전까지는 매주 토요일에 직접 세탁물을 맡겼다고 한다. 오바마는 지난해 대통령 출마 선언 직후 한 인터뷰에서 “이발소와 세탁소는 예전부터 자주 찾던 동네 업소를 이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강씨의 고객 중엔 시카고대 교수와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이 많다고 한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제시 잭슨 목사의 아들딸도 단골 명단에 포함돼 있다.

시카고지사=박춘호 기자

[J-HOT]

▶MB 통역중단 요청에 오바마 "난 '안녕하세요'만 하는데…"

▶통화스와프 '한방' 엊그젠데 "또 강만수냐"

▶'견원지간' 박정희-카터…'8년 애증' DJ-부시"

▶김택진 "8월에 늦둥이 아들, 석 달 몸조리 한 아내 윤송이가…"

▶"최고의 남자가 어느 여인보다 아름다워" 中 홀딱 반해

▶인천 공항 속속 떠나는 외국항공사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