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어린이 21만 명 소원 풀어줬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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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치병 어린이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안겨주는 것이 병 치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 재단 일을 시작했습니다”

16일 한국에 도착한 메이크어위시(Make A Wish)재단 국제본부의 케이스 고(Keith Goh·47·사진) 이사장. 이날 개막한 재단 국제회의 주관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본부를 둔 메이크어위시재단은 1980년에 설립돼 전 세계 31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름대로 아이들에게 하나의 소원을 들어줘 그들의 치유에 도움을 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동안 백혈병과 소아암 등에 걸린 21만 명의 난치병 어린이들이 재단을 통해 소원을 이뤘다. 아이들은 마이클 잭슨을 만났고 피아노를 선물받았으며, 가족들과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싱가포르 이스트쇼어 병원에서 소아신경외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는 그는 샴 쌍둥이 분리 수술 전문가다. 샴 쌍둥이로 태어난 민사랑·지혜(5)양을 2003년 성공적으로 분리했다. 등과 엉덩이가 붙어 하나로 태어난 두 생명체는 그의 손을 거쳐 비로소 각자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됐다. 샴 쌍둥이를 분리하려면 신경외과·성형외과 등 8명의 전문의로 이뤄진 팀이 10시간 넘게 고난도 수술을 해야 한다. 그는 1997년부터 지금까지 3쌍의 샴 쌍둥이 분리 수술에 성공했다.

그런 고 박사가 재단 일에 나선 것은 2004년. 그는 “감정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난치병 아이들은 치료 기간이 길어질수록 희망을 잃기 쉽다”라며 “신체적인 치료가 끝나도 희망을 되찾지 못하면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올 6월 신장병으로 병원을 찾은 샤메인(9·여)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신장병이 악화해 앞을 제대로 볼 수 없던 샤메인은 고 박사에게 자신의 책을 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단의 지원을 받아 샤메인이 쓴 책을 출간했다. 책의 제목은 ‘픽미업(Pick Me Up)’. 기운을 차릴 수 있게 해달라는 뜻이다. 책 출간이라는 소망을 이룬 소녀는 병세를 빠르게 회복했다. 약화된 면역력도 정상으로 되돌아 왔다. 소원 성취가 준 효과는 강력했다. 신체와 정신 모두를 되살리고 있다. 늘 침울했던 샤메인은 이제 쾌활한 모습을 자주 보이는 것은 물론, 잃어버렸던 시력도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다.

고 박사는 “난치병에 걸린 아이들에게 희망을 빼면 남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라며 “잃어버린 희망을 되찾아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강기헌 기자

◆메이크어위시 재단=1980년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백혈병을 앓던 크리스(7)가 경찰관이 되고 싶다는 작은 소원에서 시작된 단체. 잠시나마 소원을 이룬 크리스가 세상을 떠난 뒤 그의 가족·친지들은 난치병 아이들에게 소원을 이루어주는 것이 소중한 선물이라는 것을 깨닫고 이 재단을 만들었다. 현재 31개국에 지부가 있다. 한국 지부는 2002년 11월에 만들어졌다. 재단은 난치병으로 투병하는 3~8세의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소원을 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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