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2.0] “가짜 나훈아지만 내인생은 진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구성진 목소리로 가수 나훈아와 함께 한 시대를 풍미하고자 했던 이미테이션 가수 나운하(본명 박승창· 52·사진)씨.

서울 종로에서 가진 시민과의 열린 인터뷰는 “옛날에 다친 뺨에 흉터가 왜 없느냐?”는 어느 시민의 갑작스러운 농담으로 시작했다. 나운하씨는 그 사이 돈을 많이 벌어 수술을 했다는 너스레와 함께 가수 나훈아를 복제하기 위한 길이 멀고도 험했다고 털어 놓는다.

머리를 뒤로 묶는 것부터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수염까지, 나훈아의 최근 모습을 그대로 복사하는 것은 살아남기 위한 처세다. 단순한 모창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훈아만의 거침없는 창법과 무대 매너까지 그대로 소화하려 한다. 나운하씨는 시민들에게 입고 나온 옷도 가수 나훈아가 올 1월에 기자회견을 위해 입고 나왔던 옷을 이미테이션했다고 고백했다. 영화배우 김지미씨와 살던 그 나훈아가 맞느냐는 질문에는 바로 고개를 젓는 나운하씨. 교포 위문공연을 자주 한다는 그는 “나훈아나 남진이 갈 수 없는 곳에서 찾는 사람들이 있다”며 “어느 곳이나 가서 노래를 알리는 나훈아 회사의 영업사원”이라고 자처한다.

인터뷰 중 시민들은 나운하씨에게 연신 노래를 재촉했다. 그는 나훈아의 ‘울지마’를 모창하며, 살며시 앞니를 깨무는 버릇까지 흉내내는 것도 잊지 않는다.

가수 나훈아가 온갖 루머에 시달렸을 때, 비슷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혹여 피해를 줄까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다는 나운하씨는 이제는 자연스럽게 시민과 악수를 하고 사진도 찍는다. 그는 “나훈아의 복사인생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고, 더 닮고 싶고 더 따라하고 싶어 하며 이미테이션 가수임을 자처했지만 경로잔치에서 나훈아로 착각하는 할머니 앞에서 인생이 얼마 남지 않는 분에게 나훈아를 만났다는 황홀감을 안겨 주고자 거짓말 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나운하씨는 “몇십 년도 지난 얘기지만 아이가 어렸을 때 아이 친구들이 ‘가짜 아빠’라고 놀린 적이 있었다”며 “다른 사람의 노래를 모창해 먹고사는 게 직업이지만 가짜 아빠는 아니다”며 눈시울도 붉혔다. 스스로의 노래를 왜 가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35년의 음악 인생 중에서 최근 처음으로 고생한 아내에게 사랑을 표현한 ‘엄지’를 발표했다 고 말했다.

JES 영상팀 김정록 기자

◆‘인터뷰2.0’은 시민들이 인터뷰어로 함께 참여하는 인터뷰입니다. 격주 제작되는 인터뷰2.0은 지면, 인터넷, IPTV용으로도 만들어집니다.

[J-HOT]

▶ 치매, 美대통령·英총리도 못 피했다…혹시 나도?

▶ "안재환 새 유서와 동영상 있다…유가족 주장 사실"

▶ "盧 ‘아! 직불금 국민 알면 폭동 나겠구만’발언"

▶ 포스코 직원 출근길 표정 침통, 그 소식에

▶ 일류대 진학한 형의 갑작스런 자살, 알고 보니…

▶ 60㎝ 넘는 게 번쩍번쩍…초보도 하룻밤 수십 마리 '손맛'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