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금융위기’ 불 끄자 이번엔 실물경제 … ‘R의 공포’ 몰려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달 들어 전 세계 정부와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와 발권력을 동원한 유동성 공급으로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간신히 막아냈다. 이번 주 초 각국의 주가가 반등하자 일단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한숨을 돌리자마자 뒤를 돌아보니 실물경제가 엉망인 것이 새삼 다가왔다. 두려움이 다시 전 세계를 엄습한 것이다.

실물경제의 침체가 이어질 경우 금융시장도 ‘백약이 무효’라는 공포가 번지면서 전 세계 증권시장은 일제히 폭락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달러를 무제한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히기 이전 수준으로 주가가 원위치했다. ‘금융위기→실물경제 침체→금융위기 증폭’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위기의 시발이 된 부동산 침체가 해결되지 않는 한 국내외 금융시장은 작은 충격에도 크게 출렁이는 불안한 상황이 반복될 전망이다. 금융위기의 출발점인 주택가격의 하락은 끝이 없다. 미국 모기지 중 30일 이상 연체 비율이 3분기 말 현재 5%에 달했다. 플로리다와 네바다주에서는 연체율이 8%를 넘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택가격의 하락이 모기지 연체와 주택 압류를 늘리면서 다시 가격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주택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9월 이후 주택 판매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어 올해 분양하는 아파트가 버블 붕괴 직후인 1992년 이래 16년 만에 처음으로 10만 호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계약률도 60%대에 머물고 있어 주택업체의 자금난이 심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부동산 시장도 선전에서 시작된 찬바람이 전국으로 번지면서 상하이·난징·충칭 등 주택 매입자에게 보조금을 주는 곳이 늘고 있다.

실물경제의 침체는 이미 심각한 상태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9월 산업생산이 전년 같은 동기 대비 2.8% 감소, 74년 12월(-3.5%)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고 1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또 미 상무부에 따르면 대표적인 내수지표인 9월 소매판매는 1.2% 감소했다. 17년 만에 처음으로 3개월 연속 하락했다. 하락 폭도 3년 만에 가장 컸다. 특히 자동차와 가구 판매가 부진했다. 마스터카드는 지난달 전자제품 소비지출이 1년 전보다 13.8% 줄어 2003년 집계를 시작한 후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고 밝혔다.

고용 사정도 악화되고 있다. 펩시콜라가 실적 악화로 3300명을 감원하고 6개 공장을 닫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도 최근 3000명을 줄인다고 발표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의 재릿 옐런 총재는 “올 3분기 제로 성장에 이어 4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정말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는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16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세계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위안화 절상과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중국의 수출액은 8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섰으며 9월에는 감소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에선 올 들어 7개월간 장난감 수출업체의 52.7%에 달하는 3631개사가 문을 닫았다.

WSJ는 지난달 유럽 내 승용차 판매량이 1년 전보다 8.2% 줄어든 130만 대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가 전 세계 경제 전문가 37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글로벌컨피던스인덱스는 이달 들어 4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이 지수를 산정한 이래 최저치다.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의 카를 와인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제 공조로 신용 경색이 풀린다 해도 실물 경제의 고통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금융위기가 진정돼도 즉각적인 경기 회복이 어렵다”며 “모든 수단을 쓰겠다”고 말했다. 금리를 더 내리겠다는 뜻이다. 호아킨 알무니아 유럽연합(EU) 집행위원도 “금융에 이어 실물 경제에도 고통이 시작됐다”면서 “정책 입안자들이 (금융만이 아닌) 전체 경제를 어떻게 안정시킬지를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진국 경기가 빠르게 식으면서 한국도 비상이 걸렸다. 삼성경제연구소 전영재 수석연구원은 “올해 20.7%인 수출 증가율은 내년에 8.3%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이슈] 미국발 금융 쇼크

[J-HOT]

▶ '일주일새 6000만원 뚝↓' 5년만에 낙폭 최대

▶ 안재환 유가족 "정선희 5억 주고 풀려났다"

▶ 국감장 숙연케 만든 유성엽 의원 신상발언

▶ 농사 짓던 여성들, 몸은 시달렸지만 □□은 끝내줘

▶ "가사도우미는 야하면 안돼"…근무수칙 논란

▶ 전윤철, "盧지시로 쌀 직불금 덮었다" 주장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