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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남미도 흔들 대만, 예금 무제한 보호 … 인도네시아 주식시장 폐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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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에서 대서양을 건너 유럽으로 번진 금융위기가 아시아와 남미 등 신흥시장으로 본격 확산하고 있다. 주가가 폭락하고 은행에서 예금이 빠져나가는 ‘뱅크 런’ 조짐까지 일자 각국은 비상 조치를 쏟아내고 있다.

◆아시아로 불길 확산=대만은 은행 예금에 대해 무제한 지급 보증을 선언했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민간 은행의 예금이 국영 은행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나타나자 비상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류자오쉬안 행정원장은 8일 국회에서 “모든 국내 예금은 정부가 보호할 것이니 안심하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전날 예금 지급보증 한도를 150만 대만달러에서 300만 대만달러(약 1억2000만원)로 확대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은행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최근 대만 주식시장에서 은행주는 반 토막이 났다.

인도네시아는 주가 폭락에 견디다 못해 이틀째 증권시장의 문을 걸어 잠갔다. 8일 주가지수 하락 폭이 10%를 넘어서는 등 사흘 동안 21% 급락하자 거래를 무기한 중지시킨 것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시장 불안을 달래기 위한 추가 대책 마련에도 골몰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9일 “예금 지급보증 한도를 확대하고 은행 자산을 시가로 평가하는 것을 유예하는 조치가 나올 수 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도 침체에 빠진 증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주식을 직접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9일 홍콩은 기준금리를 전날 1%포인트 내린 데 이어 추가로 0.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기준금리가 이틀 새 3.5%에서 2%로 떨어진 것이다.

브라질 보베스파 선물지수가 8일 오전(현지시간) 큰 폭으로 하락하자 상파울루 상품선물 거래소에서 한 중개인이 고함을 지르고 있다. [상파울루 AFP=연합뉴스]


최근 신흥시장 국가의 환율이 급등하면서 금융위기에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도 뚜렷해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링깃화 환율은 최근 달러당 3.5링깃 선까지 올랐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환율도 3년여 만에 가장 높은 상태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특히 인도·터키 등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큰 국가들의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국제 공조 본격화=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등은 8일(현지시간) 긴급 전화로 접촉하고 금융위기 수습을 위한 ‘G20 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이번 회동은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이 요청하고, 각국이 이를 받아들여 성사됐다. 회담에는 회원국 고위 관료와 중앙은행 총재들이 참석하며 오는 10~1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 총회와 때를 맞춰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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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회에 금융위기에 대비한 새로운 ‘글로벌 금융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기존 경제기구로는 ‘위기의 세계화’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뉴욕 타임스는 “아시아 외환위기의 해결사 역할을 했던 IMF는 선진국 문제에선 자금과 능력이 못 미치고, G7은 중국·인도를 포괄하지 못하는 게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고 전했다.

조민근 기자

◆G20=선진 7개국(G7) 멤버인 미국·영국·독일·일본·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에다 러시아·한국·호주·브라질·중국·인도·인도네시아·멕시코·아르헨티나·사우디아라비아·남아프리카공화국·터키가 포함된다. 유럽 중앙은행(ECB)도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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