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 시간의 두 배 …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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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이명박 대통령과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회동은 두 사람만의 독대형식이었다. 회동시간은 무려 115분. 오전 11시45분부터 오후 1시40분까지 오찬장소인 청와대 본관 백악실엔 이 대통령과 정 대표 두 사람만 있었다.

청와대와 민주당 간에 사전 조율된 두 사람의 독대시간은 1시간 정도였다.

하지만 “기존 영수회담의 관례에서 벗어났다”는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의 말처럼 예정보다 두 배 가까이로 회동시간이 길어졌다.

역사상 몇 번 안 되는 ‘영수회담 성공사례’로 꼽히는 1975년 5월 21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과 김영삼 신민당 총재의 2시간 독대에 필적할 만한 이례적인 형식이었다. 사전 조율 작업에 참여했던 청와대 관계자는 “민주당도 독대를 원했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합의가 이뤄졌다”며 “하지만 길어야 한 시간쯤이라고 생각했지 이렇게 길어질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도 “오찬이 너무 길어져 오후 1시15분쯤 오찬장에 들어가 보니 문을 등지고 앉아 있던 이 대통령은 내가 들어갔는지도 모르고 계속 말씀을 하고 있었다”며 “이 대통령이 내게 ‘5분쯤 지나면 끝날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 후로도 20분이 더 지나서야 끝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할 말을 A4용지 다섯 장 분량의 메모지에 들고 들어간 정 대표가 주로 대화를 주도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얘기를 듣다가 ‘공감’을 표시하거나 ‘반론’을 내는 형식으로 대화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변인은 “두 분 모두 기본 관심 자체가 ‘정치’보다 ‘실용’ 쪽이며, 국민을 위한 정치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해 상당한 공감이 있었기 때문에 대화가 잘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치 패러다임의 변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특히 “세계와 경쟁하는 시대인 만큼 여야는 국민과 국익을 위해 발상을 전환해 세계를 향한 동반자적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날 회담에서도 설전이 벌어질 만한 민감한 주제들에 대해선 인식차가 확연히 드러났지만, 회담의 판을 깰 수준은 아니었다.

정 대표가 ▶정부 경제팀에 대한 시장의 불신 ▶촛불시위자에 대한 보복성 수사 논란 ▶이념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는 교과서 수정 문제 ▶종교편향 논란을 지적하자 이 대통령은 “내게 맡겨 달라”거나 “공정하게 처리하겠다”고 짤막하게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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