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기업에도 있어봤고 … 정 대표 잘하실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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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도 있어봤고, 장관도 하셨고, 합리적으로 잘하실 거라 믿는다. 나도 기업에도 있어봤고 정치도 해봤고…. 여야 간 그런 경력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런 분이 당 대표가 돼 축하도 하지만 정부가 국정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본다.”

이명박 대통령은 25일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만나자마자 자신과의 공통 이력을 강조하며 친근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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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고려대 선후배 사이다. 이 대통령이 경영학과 61학번, 정 대표가 법학과 71학번이다. 상대 학생회장을 지낸 이 대통령과 총학생회장을 지낸 정 대표는 역대 고려대 학생회장 출신들의 모임인 ‘석주회’ 회원이기도 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건설 회장(이 대통령), 쌍용그룹 상무(정 대표) 등 둘 다 기업인 출신이다.

정치에 입문한 뒤엔 15대 국회 때 국회 재정경제위에서 함께 상임위 활동을 했다. 정 대표는 당시의 이 대통령을 “야당의원이었지만 시베리아 에너지 개발 등 미래지향적인 큰 얘기를 해 깊은 인상을 받은 일이 있다”고 회고한 적도 있다.

그래선지 오찬을 곁들인 청와대 회담의 분위기는 좋았다고 한다.

1시간55분간의 단독 회담이 끝난 뒤 두 사람은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과 최재성 민주당 대변인을 불러 20여 분간 회담 결과를 구술했다. 최 대변인은 “실무회담의 성격이었다”며 “두 분이 구술하는데 마치 입시 공부를 한 시험생들이 시험을 치고 나온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헤어지기 전에 “또 야당을 만나야 하니 야당의 (세법 관련) 안을 자세히 살펴보겠다”고 말한 뒤 “최재성 대변인만 나를 안 괴롭히면 된다”는 농담을 던졌다고 한다. 최 대변인은 “인사치레가 아니라 또 회담이 열릴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정 대표도 단독 면담 중에 저이산화탄소 녹색성장과 관련된 대목에서 “녹색성장은 우리 당의 대표 브랜드인데 대통령이 강조해 빼앗겼다”는 조크를 했다고 최 대변인은 전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웃고만 헤어진 건 아니다. 정 대표는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제나 국가 균형발전 등과 같은 부분에선 철학적 차이가 있다는 점을 확인한 자리였다”고 말해 종부세 등을 놓고 서로의 입장 차가 아주 컸음을 시사했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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