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미국식 금융 자본주의 … “은행 도산 더 이어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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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자본주의가 결정적 전환점을 맞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의 20일(현지시간) 기사 첫 문장이다. 미국 정부가 금융사의 부실을 해결하기 위해 7000억 달러(약 795조원)라는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붓기로 하면서 20세기 이후 100년간 지켜온 ‘자유시장의 맹주’라는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공적 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이날 웨스트 버지니아주의 지방은행 아메리뱅크가 102년 만에 파산했다 . 미국 은행이 파산한 것은 올 들어 벌써 12번째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지난달 부실 은행의 수를 90곳에서 117곳으로 늘려 잡았다. 실라 베어 FDIC 총재는 “은행 도산이 앞으로 더 일어날 거란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엉클 샘’ 자본주의 흔들=대내외에서 미국식 금융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동안 시장이 알아서 하게 두자던 미국·영국 정부가 이제 와서 ‘투명성이 부족했다’고 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 경제는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때부터 ‘신자유주의’의 길을 걸어 왔다. 경제를 굴러가게 하는 것은 시장이고, 정부는 뒤에서 관리만 하면 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이 특히 그랬다. 하지만 믿었던 시장이 송두리째 흔들리면서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미국 정부는 벌써 여러 개의 기존 방침을 뒤집었다. 올 3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예금자 보호를 받는 은행에만 돈을 꿔준다는 반세기 동안 이어진 전통을 깼다. 최근엔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닌 머니마켓펀드(MMF)의 원금까지 보장해 주겠다고 나섰다.

◆위기 수습될까=미국 정부가 만들려는 부실자산 정리기구는 89년 세워진 정리신탁공사(RTC)와 비슷하다. 당시 이 공사를 통해 296개 부실 저축대부조합(S&L)의 자산 1250억 달러를 인수했다. 이후 6년간 3940억 달러를 들여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747개 금융사 자산을 더 샀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LA타임스는 “당시 사들인 자산은 부동산이 많았다”며 “지금 문제되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관련 자산은 가치 산정이 훨씬 어렵다”고 평가했다. 부실자산을 사준다고 문제가 다 풀리는 것도 아니다. LA타임스는 “아마도 금융사는 부실자산 값을 확 깎아서 팔아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비관론자들마저 이번 조치가 금융위기를 진정시키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정부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면 모기지 채무 부담이 줄어 가계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재정 견딜 수 있나=미국 재무부와 FRB가 올 들어 금융위기 해소에 쏟아 부은 돈은 드러난 것만 5500억 달러가 넘는다. 실제론 더 될 거라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다 추가로 지난해 미국 국방예산(6000억 달러)보다 많은 7000억 달러를 쓰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재정 부담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

무조건 FRB에 떠맡기기도 쉽지 않다. 중앙은행이 가용 재원을 다 써버리면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어서다. 따라서 상당액은 국채 발행이나 다른 수단으로 메워야 한다. 미국은 올 회계연도에만 4000억 달러 안팎의 재정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스 앤드 푸어스(S&P)의 존 체임버스 국가신용등급위원회 의장은 최근 “구제금융으로 미국 재정이 나빠져 최상급(AAA)인 국가 신용등급의 하향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달러를 마음대로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국가부도의 위험이 없고, 신용등급도 최상급이라고 국제경제 교과서에 돼 있지만, 자칫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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