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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가정법원 신한미 판사 “그저 아이들이 좋아 다섯째 임신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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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그녀의 어릴 적 꿈은 ‘2남2녀’를 낳는 것이었다. 남동생은 5대 독자였다. 그래서 어른들이 좋아할 아들도, 자신이 원하는 딸도 하나 이상 낳아 보자는 심산이었다. 그녀가 자라 백년가약을 맺은 남자는 4대 독자였다. ‘2남2녀’ 얘기를 들은 남편은 ‘이왕이면 아들 하나 추가하자’고 부추겼다.

서울가정법원 신한미(37) 판사는 현재 임신 6개월째다. 이번이 다섯 번째 아이다. 1997년 결혼한 뒤 2년에 한 번씩 아들, 딸, 아들을 낳았다. 아무리 어릴 적 꿈이었지만 2003년 셋째를 낳고 나서는 ‘더 낳으면 너무 많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잠시 쉬었다. 하지만 지난해 결국 넷째(딸)를 낳고 말았다. 그리고 올해 남편의 꿈인 ‘3남2녀’에 도전하게 됐다. 최근 출산율이 저조해 지방자치단체마다 묘안을 짜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신 판사 부부가 다산(多産)하는 데는 특별한 인센티브가 필요하지도 않고, 거창한 신념도 없다. “주변에서 혹시 천주교 신자가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해요. 그런데 저희는 종교도 없고, 그저 아이들이 좋을 뿐이에요.”


신 판사의 남편은 법무법인 남명의 강인구(40) 변호사다. 이들은 사법시험 준비를 하는 공부 모임에서 만나 결혼한 뒤 같은 해 사시 39회에 나란히 합격했다. 당시 결혼해서 사법연수원에 함께 입소하는 첫 커플로 화제를 모았다.

변호사 남편 덕에 살림이 넉넉해 아이들을 많이 낳을 수 있는 건 아닌지 궁금했다. 신 판사는 “정부에서 셋째는 어린이집을 무상으로, 넷째는 반값(넷째 출산 후 법 개정으로 무상이 반값으로 바뀜)으로 해줘 아직까지는 큰돈이 들어갈 일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유치원이나 피아노 학원에서도 ‘아, 또 그집 아이군요’ 하며 할인을 해 준다고 한다.

맞벌이 부부가 이 많은 아이들을 어떻게 돌볼까. “2000년부터 2년여간 전주지법에서 근무할 때는 시어머니가 도와주셨어요. 하지만 그 이후로는 첫째와 둘째가 어린 동생들을 돌봐 더 수월한 측면도 있어요. 제가 야근이면 남편이 일찍 들어오는 식으로 역할 분담을 하고, 도우미 아주머니도 도와 주세요.”

워낙 출산에 익숙해지다 보니 에피소드도 많다. 지난해 넷째를 낳고 바로 다음날 사무실에 나와 일을 했다. 같은 사무실을 쓰는 남자 판사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어쩐 일이냐’고 묻자 신 판사는 “급히 마무리해야 할 사건이 있어 나왔다”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신 판사는 그때 일에 대해 “아이를 낳고 몇 달 있으면 피곤한데 바로 다음날은 오히려 괜찮아요”라고 말했다.

아이가 많은 신 판사는 풍부한 육아 경험을 재판에도 반영하고 있다. 한번은 이혼 소송을 낸 부부가 남편은 아들을, 아내는 딸을 양육하겠다고 했다. 신 판사는 아이들을 떠올리며 “엄마, 아빠가 갈라선다고 아이들까지 갈라 놓을 수는 없다”며 단호히 거절했다. 부부는 재결합해 화목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신 판사는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같은 제도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김영란·전수안 대법관님 때는 아기 낳고 1주일 정도밖에 못 쉬었다고 들었어요. 저도 넷째 낳았을 때에나 육아휴직이 도입됐어요. 출산휴가를 자주 가는 것이 함께 일하는 남성 법관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법원이 최근 도입한 통합재판부(부장판사 밑에 여러 명의 배석판사를 둬 공백이 생기더라도 다른 판사가 사건을 처리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확대 실시하면 서로에게 부담이 덜할 것 같습니다.”

이번 추석 차례 때는 언니·오빠들이 절하는 것을 보고 18개월 된 지예가 따라 절을 해 집안 식구 모두가 웃었다. 신 판사는 “행복하다”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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