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alkholic] 교통 지옥 파리가 환경친화 도시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프랑스 파리 시내 노트르담 성당 앞.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하지만 상습 교통정체 구간인 성당 앞 도로는 한산해 보였다. 이유는 자전거 이용이 늘면서 자동차 운행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날 지나가는 자전거 숫자를 30분 동안 조사한 결과 620여 대에 이르렀다. 2.9초당 한 대꼴이었다. 특히 관광객으로 보이는 이용객이 많았다. 신호등 앞에 멈춰 선 영국 대학생들에게 말을 걸어봤다. 그들은 “방학이면 항상 북유럽으로 자전거 여행을 떠났는데 올해는 처음 파리에 왔다”면서 “런던보다 자전거 운행 대수가 훨씬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파리시에 얼마나 많은 자전거가 운행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최근 이틀 동안 파리 시내 주요 도로에서 자전거 통행량을 직접 점검해봤다. 관광객이 많은 오페라와 노트르담, 에펠탑 주변 그리고 출근 시간에 15구 주택가에서 30분씩 조사했다.

그 결과 오페라 앞 거리는 30분에 520여 대, 에펠탑 앞은 410여 대, 15구의 주택가 출근길은 290여 대가 지나갔다. 다소의 오차는 있으나 평균 3.9초당 한 대꼴로 자전거를 만날 수 있었다.

◇자전거로 일궈가는 도시 교통혁명=한때 교통지옥으로 유명했던 파리시가 자전거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 파리시가 무인자전거 대여 시스템 벨리브(Velib)를 도입하면서다. 파리의 20세기 최고 히트상품이라는 벨리브는 환경친화 도시를 목표로 한 베르트랑 들라노에 시장의 작품이다. 들라노에 시장은 파리의 교통량을 2020년까지 2001년의 40%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그 일환으로 벨리브를 시작했다. 그 효과가 나타나 교통량이 줄고 있는 것이다.

벨리브는 현재 대여소 1450여 곳, 자전거 2만600여 대로 운용되고 있다. 29유로(약 4만6000원)를 내면 이용할 수 있는 연간 회원의 경우 7월 말 기준 20만4000여 명이다. 벨리브 이외의 자전거 숫자까지 포함하면 하루에 10만 대 이상의 자전거가 파리 시내를 누비고 있다. 파리 시는 교외 거주자들의 파리 출퇴근 편의를 도우려고 파리 인근 지자체들과 협의해 6000여 대를 새롭게 배치할 계획이다.

◇자전거 타고 다니기에 좋게 기반 마련한 것이 먹혀=이처럼 자전거 이용이 활발한 것은 2000년대 들어 파리 시가 꾸준히 자전거 도로 확보에 나선 덕분이다. 2000년 파리시의 자전거 도로는 180.5㎞로 전체 도로의 6% 수준이었지만 벨리브 시행 직전인 2006년 말에는 371㎞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여전히 전용도로는 부족한 편이지만 차량 운전자의 불만을 사면서까지 자전거 도로를 늘려 왔다.

파리 시민의 만족도 역시 대단히 높다. 6월 실시한 이용자 실태 조사에서 벨리브 이용자의 94%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자전거 반납에 어려움이 있고 고장 난 자전거의 수리가 빨리 이뤄지지 않아 불편하다는 응답이 있었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었다.

노트르담과 오페라 등 관광지에서 이용객이 훨씬 많았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벨리브는 파리에서 또 하나의 관광 상품으로도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 특별취재팀
팀장=채인택 인물·독자부문 에디터
도쿄=김동호·박소영 특파원
파리=전진배 특파원
김상진·양성철 기자, 조은영·설은영·최경애·장치선 워크홀릭 담당기자

[J-HOT]

▶ 직장까지 20㎞ 50분, 출퇴근 차보다 빨라

▶ '자출족 시대'…이제 한국인도 때가 왔다

▶ "'100㎞자전거 출퇴근' 업무에 지장없나" 묻자…

▶ 파리 20세기 최고 히트상품 '□□□의 기적'

▶ '거긴' 도로 턱도 없고, 자전거 전용 건널목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