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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holic] 일본선 횡단보도까지 자전거 전용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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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본 도쿄 중심부 긴자(銀座) 근처에 사는 회사원 나카가와 쓰네다카(中川恒孝·47)는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도쿄 앞바다 쪽에 있는 오다이바(大台場)에 있는 사무실 사이를 오가는 왕복 거리는 약 15㎞. 나카가와는 “자전거로 달리면 몸이 가벼워지기 때문에 따로 운동할 필요가 없고, 교통 체증도 피할 수 있어 생활화돼 있다”고 말했다.

나카가와는 저녁 약속이 있어도 자전거를 가지고 간다. 도심 어느 곳이든 적당하게 세워 놓아도 장기간 방치하지 않는 한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손님과 저녁 식사를 끝낸 뒤 야간 주행에 필요한 장비들을 장착한다. 다리에는 바지가 체인에 걸리지 않도록 발목 띠를 감고, 한쪽 팔에는 건전지로 불빛을 내는 경광등을 달아 어두운 밤길을 달리는 동안 안전사고에 대비한다.

오전 8시30분쯤 도쿄 번화가 신주쿠(新宿) 요쓰야(四谷) 산초메역 앞. 출근하는 사람들로 북적대는 곳이지만 자전거를 타고 오가는 사람들로 넘친다. 서울에서는 보기 어려운 광경이지만 도심 한복판인데도 대형 빌딩 앞에는 자전거가 수십 대씩 세워져 있다. 은행·구청 등 공공장소는 물론이고 식당·쇼핑센터·약국 등 상가, 지하철역 등 곳곳에 자전거 보관소가 있다. 도쿄에서 자전거는 말 그대로 ‘시민의 발’인 것이다. 동네 도서관·영화관·공연장·체육시설 등에 갈 때도 자전거 이용이 자연스럽다.

자전거 도시 도쿄는 주택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번화가가 많은 신주쿠 가운데서도 조용한 주택가로 이름난 이치가야(市谷)에 가봤다. 이 일대에서 가장 높은 도쿄뷰 레지덴스 1층 로비 쪽으로 들어서자 자전거가 1000여 대 세워져 있었다. 입주자가 300가구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가구당 평균 보유 대수는 3대에 이른다. 한 집당 평균 2~3대의 자전거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 전체 평균과 엇비슷한 수치다.

이 아파트 앞 수퍼에는 자전거로 연방 오가는 쇼핑객들로 붐빈다. 수퍼마켓에 장 보러 갈 때는 물론 아이를 보육원에 맡길 때도 자전거를 타는 등 일본 주부들에게 자전거 이용은 일상생활이다. 자전거는 생활 필수품이기 때문에 주택을 지을 때는 반드시 자전거를 세워 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대형 공동주택의 경우 지상에 자전거를 세우는 공간과 자동차를 대는 공간을 똑같게 책정하는 곳도 많다. 자동차는 지하 주차장에 세우도록 하고 자전거 보관소는 출입이 편리한 외부에 설치하기 때문이다.

도쿄는 그야말로 자전거 천국이다. 자전거 소프트웨어는 한마디로 놀랍다. 우선 도로에 턱이 없다. 이유가 있다. 일본 건설성과 각 지자체는 자전거 이용자들의 안전과 고령자들의 편의를 위해 1996년부터 전국 도로와 공공시설의 턱을 없애고 장애물을 제거하는 배리어프리 사업을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도쿄 어디를 다녀도 우리나라 인도 같은 높은 턱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이같이 오랜 준비 덕분이다. 건널목의 넓이에 관계없이 대부분 별도로 자전거 건널목이 마련돼 있다. 자전거 이용이 잦다 보니 웬만한 육교에는 자전거를 밀고 오르내릴 수 있는 전용 경사로가 있다. 자전거를 밀고 한번에 육교 꼭대기까지 올라가기 힘들기 때문에 대부분의 육교는 중간에 한번 쉬는 곳이 있다. 쉬었다 또 힘내 밀고 올라가라는 뜻에서다.  

◇ 특별취재팀

팀장=채인택 인물·독자부문 에디터
도쿄=김동호·박소영 특파원
파리=전진배 특파원
김상진·양성철 기자, 조은영·설은영·최경애·장치선 워크홀릭 담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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