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현대차 인도공장에 무슨 일이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현대·기아자동차의 해외 공장 6곳 가운데 호조를 보이던 인도법인이 노노 갈등으로 인한 노사 분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도법인에는 올 상반기 해외공장 가운데 처음으로 노조가 생겼다.

인도 첸나이시에 있는 공장에선 지난달 회사 측이 지지하는 노조와 강성 근로자들이 만든 노조 두 곳이 서로 근로자 대표를 자임하면서 싸움을 벌여 500여 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이 가운데 200여 명이 경찰 조사를 받고 구류 또는 구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도 공장의 노조 결성 움직임이 지난해 말부터 있어 온건 노조를 육성하려고 했으나 이것이 노노 갈등으로 번졌다. 강성 노조는 온건 노조가 어용이라고 주장하며 사용자 측에 저항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일이 해외 법인 가운데 첫 노사분규라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인도법인은 근래 연평균 30%씩 쑥쑥 성장해 본사의 애착이 크다. 정몽구 회장은 2000년 이후 매년 한 차례 이상 인도를 방문해 근로자를 격려해 왔다.

근로자들이 편을 갈라 여러 달 대립하면서 품질과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졌다. 이에 따라 판매도 줄고 있다. 올해 2공장 완공으로 월평균 판매대수(2월 제외)가 2만 대를 넘어섰지만 지난달에는 1만5066대까지 판매가 급감했다. 현대차에 우호적이던 언론과 시민단체도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기아 경차인 모닝이 한국 내에서 잘 팔려 부족한 엔진을 인도공장에서 조달하기로 했지만 노사분규로 차질이 생겼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은 김승연 구매본부장(사장급)을 지난달 인도에 급파했다. 김 사장은 조만간 서병기 품질총괄부회장과 인도 출장길에 다시 나서 사태 수습에 나선다. 현대차는 이번 인도법인 노사분규를 계기로 중국 등 전 해외법인의 노사관계를 점검하고 있다.

경차인 i10(아이텐)·베르나 등을 만드는 인도공장은 1997년 연산 5만 대 규모로 설립됐다가 제품이 잘 팔리자 30만 대로 늘렸다. 올 3월에는 연산 30만 대의 2공장과 연산 25만 대 규모의 엔진 공장을 추가로 준공했다. 총생산규모가 연 60만 대로 현대차의 해외법인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인도 내수시장은 물론이고 유럽 수출 기지로 자리잡았다. 올해 당초 생산목표는 53만 대였지만 달성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이곳 생산직 근로자는 정규직 1700명에 비정규직 6700명이다. 정규직 월급이 우리 돈으로 30만∼40만원인데 비해 비정규직은 7만∼9만원으로 정규-비정규직 간 위화감이 컸다.

인도법인은 지난해 매출 2조1300억원에 1268억원의 흑자를 냈다. 근래 해마다 1000억원 이상 알토란 같은 이익을 내 왔지만 올 상반기엔 노사분규의 여파로 35억원의 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 1029억원이던 것이 급감했다.

인도 산업현장에선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후유증으로 노사분규가 심해지고 있다. 2005년에는 도요타 인도법인이 도요타 해외법인 가운데 처음으로 한 달 이상 파업을 겪었다.

김태진 기자

[J-Hot]

▶ "性에 대한 개방성 높이 사 공작원 발탁"…女간첩 인생34년

▶ 잘나가던 현대차 인도공장에 무슨 일이…

▶ "몰지각한 광신자들에 의해 길거리 내몰려"

▶ 간첩인줄 알고도 신고안한 중위 "사랑했다"

▶ '자출족' 직장까지 20㎞ 50분, 출퇴근 차보다 빨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