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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holic] ‘자출족 시대’ 이것만은 고치자 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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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자전거가 교통·환경·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대체 교통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2003년 12월에 생긴 네이버 카페 ‘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들(약칭 자출사)’은 현재 회원이 20만 명이 넘는다. 최근 들어선 한 달에 거의 1만 명꼴로 늘고 있다. 게시판에는 ‘처음으로 자전거 출퇴근을 해 봤다’는 회원들의 글이 매일같이 줄을 잇고 있다. ‘자출족’의 저변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사는 회사원 홍인표(30)씨는 서초구 서초동 남부터미널에 있는 직장까지 20㎞를 매일 자전거와 전철로 오간다. 이른바 ‘자출족(자전거를 출퇴근 교통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신조어)’이다.

출근 때는 우선 강변 자전거도로를 25분쯤 달려 6㎞ 떨어진 옥수역까지 간다. 그런 다음 접이식 자전거를 접어 들고 지하철을 탄다. 남부터미널역에 내려 사무실까지 다시 자전거로 5~10분간 이동한다. 출근 때는 땀에 젖어 업무에 방해가 될까 봐 전철을 함께 이용하지만 퇴근 때는 자전거로만 다닌다.

특이한 것은 자전거와 전철을 함께 이용하는 출근 때나 자전거로만 달리는 퇴근 때나 걸리는 시간은 50분 남짓으로 같다는 점이다. 대중교통만 이용하면 1시간10분, 자가용을 몰고 나가면 교통 상황에 따라 훨씬 더 걸리기 일쑤다. 자전거가 대중교통수단이나 자가용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생각은 편견인 셈이다.

홍씨는 “서울시 평균 교통 속도가 시속 14㎞라는데 자전거는 가볍게 타도 충분히 그 이상으로 달릴 수 있다”며 “교통 체증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고 교통비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전거 출퇴근은 따로 운동하지 않아도 규칙적으로 땀을 흘릴 수 있어 건강에 좋을뿐더러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환경에도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생활습관”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소프트웨어=사회적 인식과 관련 제도, 교통 시스템을 비롯한 소프트웨어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홍씨가 자전거로 달리는 길을 살펴보자. 가장 큰 문제가 도로 턱이다. 인도와 도로 사이엔 높이 10㎝가 넘는 턱이 한둘이 아니다. 보행자에겐 별문제가 없어도 자전거엔 위험할 수 있다.

자동차 중심의 도로 체계와 운전자들의 몰이해도 문제다. 홍씨는 “자전거가 도로로 나서면 자동차나 오토바이가 빵빵거리며 위협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욕설과·삿대질을 해대는 운전자도 있다. 자전거가 가는 길에 끼어들고 밀어붙이는 자동차도 있다. 게다가 1차로를 달리다 보면 불법 주차된 차량 때문에 옆 차선을 넘나드는 위험한 주행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사단법인 ‘에너지 나눔과 평화’가 최근 서울 정동 파란치스코회관에서 연 ‘서울 거리, 자전거 출퇴근 활성화 가능한가’ 토론회에서 이종산 녹색환경운동 위원장은 “도로로 나서지 못하는 자전거는 출퇴근용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자전거가 달릴 수 있는 환경을=자전거 전용도로가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현재의 자전거도로도 자전거를 싱싱 달리게 하진 못한다. 백남철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는 “서울시가 건설 중인 자전거 전용도로는 문제투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도에 불법 주차 차량이 늘어 시민들은 자전거도로로 밀려나와 걷고 있다. 자전거도로가 교차로에서 끊겨 어디로 가야 할지 난감했고, 차량·보행자와의 충돌을 막을 장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도로 표면은 울퉁불퉁했고 자전거 보관대에는 상인들이 물건을 쌓아 놓고 있다”고 꼬집었다. 홍씨도 “강변 자전거도로에서 도심으로 진입하는 구간이 가장 위험하다”며 “연결 구간에서 자전거는 차도와 인도 사이의 애매한 길에서 달려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전거를 끌고 오르내릴 수 있는 전용 경사로가 설치된 육교도 드물다. 그래서 무거운 자전거를 들고 오르내려야 한다. 체력이 약한 사람은 엄두를 낼 수 없다. 동네와 직장에는 공용 자전거 보관시설도 별로 없다. 그래서 “자전거 출퇴근은 공익적인 성격이 있는 만큼 사회적인 배려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 특별취재팀
팀장=채인택 인물·독자부문 에디터
도쿄=김동호·박소영 특파원
파리=전진배 특파원
김상진·양성철 기자, 조은영·설은영·최경애·장치선 워크홀릭 담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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