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kholic] “부모님이 물려 준 최고의 선물은 자전거 타기 습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프랑스 회사원 로랑 모케(36)의 별명은 ‘100㎞의 사나이’다. 파리 남쪽 소도시 생제르맹 레 코르베이에 사는 모케는 파리 북쪽 생드니에 있는 회사까지 왕복 106㎞를 자전거로 통근하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 사이클 복장에 헬멧과 보호대를 착용하고 집을 나선 그는 회사에 와서 정장으로 갈아입고 일을 시작한다. 일주일에 서너 차례를 그렇게 다닌다.

그렇게 먼 거리를 자전거로 이동하면 업무에 지장이 있지는 않은지 물어봤다. 그는 “오히려 아침마다 개운하게 일을 시작할 수 있어 좋다”며 “자전거를 매일같이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면서 몸이 튼튼해져 잔병치레도 없고 하체 근육도 발달해 여러 운동에 유리하다”고 대답했다.

◇어려서부터 푹 빠진 자전거=파리 토박이인 모케가 자전거를 본격적으로 탄 것은 고등학교 때다. 자전거 매니어인 부모님이 권유하면서였다. 그의 부모는 외아들인 그를 데리고 주말마다 자전거 피크닉을 떠났다고 했다. 가까운 파리 근교를 시작으로 휴가 때는 멀리 벗어나기도 했다.

그렇게 자전거 맛을 들인 모케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자전거 여행에 빠졌다. ‘트리 몽블랑’이라는 동아리에 가입해 방학만 되면 동아리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누볐다. 그는 특히 알프스 인근의 안시와 샤모니·탈루아 등을 즐겨 찾았다. 파리에서 700㎞ 정도 떨어진 이곳은 차량 통행량이 적어 자전거로 여행하기 좋았다고 한다. 산악지대가 많아 힘들기는 했지만 공기가 워낙 깨끗하고 자전거도로도 좋아서 자전거 매니어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왕복 106㎞를 자전거로 달려 출퇴근하는 로랑 모케. 20년 동안 통학·여행·통근에 자전거를 이용해 왔다. [특별취재팀]

스위스 등 인근 유럽 국가를 넘나들기도 했다. 미국까지 자전거 원정을 떠나기도 했다. 모케는 “미국은 유럽과 달리 자전거도로가 필요 없을 정도로 널찍하고 한적해 자전거 타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전거 동아리 시절에는 연간 최소 1만5000㎞ 이상을 자전거로 여행했다고 한다.

그는 “자전거는 몸만 관리해 주는 게 아니라 정신적으로 안정을 준다”며 자전거를 예찬했다. 출퇴근 시간에 인파로 북적거리는 지하철을 이용하거나 교통 체증이 심한 도로에 머물다 보면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했다. 반면 자전거를 타면 좋은 경치를 보면서 마음에 여유를 느낀다는 것이다.

모케는 자신을 “CO2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웬만한 거리는 걷고, 좀 멀면 자전거를 타기 때문이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 날도 승용차 대신 지하철을 이용한다. 자동차가 한 대 있기는 하지만 휴가 때나 주말을 이용해 먼 거리 여행을 할 때만 드물게 이용한다고 했다. 자동차를 하도 안 타서 언제 바꿀지 모르지만, 바꾸게 되면 환경에 도움이 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구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모케는 “요즘 아이들은 워낙 편안한 것만 찾아 자전거도 잘 타지 않으려 한다며 내 아이에게만은 어떻게든 자전거 타기 습관을 물려주고 싶다”고 했다.

◇자전거 타고 싶은 환경부터 조성해야=네덜란드인 변호사 모리츠 브루힝크(50)는 암스테르담에서 20년 이상 살며 자전거로 출퇴근했다. 4년 전 파리 중상류층 거주지인 15구로 이주한 뒤로도 승용차 대신 자전거 앞 화물칸에 소송서류가 가득 담긴 가죽가방을 싣고 시내를 달린다. 그는 “환경과 교통 문제 해결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전거 타기는 도시 공동체의 환경과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해 중상층 이상이 솔선수범해 참가하기에 아주 좋은 아이템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선택하게 하는 도시의 자전거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처음 파리에 와선 지하철을 이용하거나 걸어서 출퇴근했다”며 “당시엔 파리가 자동차 위주의 교통체계로 자전거 타기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파리시가 자전거 대여제인 벨리브를 도입한 뒤 주로 자전거를 타고 있다는 것이다.

◇ 특별취재팀
팀장=채인택 인물·독자부문 에디터
도쿄=김동호·박소영 특파원
파리=전진배 특파원
김상진·양성철 기자, 조은영·설은영·최경애·장치선 워크홀릭 담당기자



동참:현대카드,미래에셋,SHOW,국민은행,INNO,충청북도, 부산·광주·대구·대전·울산·전남·전북·경남·충남교육청, 서울강남구청·교육청, 세계사회체육연맹

[J-HOT]

▶ 직장까지 20㎞ 50분, 출퇴근 차보다 빨라

▶ '자출족 시대'…이제 한국인도 때가 왔다

▶ "性에 대한 개방성 높이 사 공작원 발탁"…女간첩 인생34년

▶ 잘나가던 현대차 인도공장에 무슨 일이…

▶ "몰지각한 광신자들에 의해 길거리 내몰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