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횡무진인터뷰] ③ "'최동원은 아버지가 망쳤다'고 떠돌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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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버지의 이름으로

- 최 감독님을 이야기 하려면 선친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죠. 선친의 뜻을 거역한 적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아버지를 많이 존경하시나요?

“동시대에 느끼지 못하던 것을 앞서가신 분입니다. 아버지는 6.25 전쟁 때 다리를 다치셨어요. 그래서 의족을 하고 다니셨죠. 그런데 야구선수 뒷바라지란 게 얼마나 힘든 일입니까? 밤에 집에 돌아오셔서 의족을 벗으시면 다리에 절단된 부분이 벌겋게 퉁퉁 부어있었죠. 그 다리를 뜨거운 물로 마사지 하시면서 혼자서 우셨어요. 그 장면을 보고 자란 아들이 아버지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가졌겠습니까?”

- 하지만 밖에서는 부친에 대해 말이 많았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밖에서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떠돌죠. 최동원은 아버지가 망쳤다고요. 하지만 아버지가 마음대로 하신 일은 하나도 없어요. 항상 아버지는 저하고 집에서 먼저 상의하시고 저하고 의견이 일치 된 일만 밖에서 말씀하셨죠. 그렇게 하면서도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 하셨죠. ‘너는 당사자다. 당사자가 욕을 먹으면 치명적이다. 욕먹을 일은 모두 내가 맡겠다. 너는 내 뒤에 숨어라.’ 그걸 두고 세상사람들은 아버지가 마음대로 했다고 하더군요, 아버지는 철두철미하게 제 뜻을 존중하신 분입니다. 아버지 명예를 회복시켜 드리고 싶어요. 아들을 위해 살다가 가신 분인데, 정작 아들은 아직도 그걸 못해드리고 있습니다.”

- 선친께서 조기 은퇴를 제안하신 것으로 압니다. 선수협 파동이 원인이었나요?

“조기은퇴, 글쎄요. 저는 적절한 은퇴였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는 ‘부족한 부분을 보이지 말고 밀려서 나오지 말라’고 하셨죠. 그리고 아버지는 제가 야구선수 이상의 ‘무엇’이 되기를 바라셨어요. 단순히 야구만 하는 ‘쟁이’가 되지 말라고 하셨죠. 제 생각도 그랬고요. 삼성의 김시진 선수와 제가 선수협 사건으로 서로 트레이드가 되었는데, 정말 충격적이었죠. 절벽에 선 느낌이었어요. 나의 전부가 무너진 거죠. 롯데가 아닌 유니폼을 입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그것이 선수생활을 중단 할 이유는 아니었죠. 구단은 구단이고 선수는 선수니까요. 더구나 트레이드는 감정적으로는 이해되지 않았지만 이성적으로는 이해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 년을 더 뛰었어요. 그리고는 이제 때가 되었다고 여긴 거죠. 일부러 조기 은퇴한 것은 아니었어요. 당시 김성근 감독께서 일 년 더 뛰라고 하셨는데, 그때가 물러날 때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새 삶을 시작했어요.”

- 그럼 은퇴 후 그린 첫 번째 꿈은 무엇이었습니까?

“공부였어요. 미국에 갔죠. 처음에는 6,7년 계획으로 갔는데 SBS에서 해설위원 제안이 왔어요. 그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결국 미국만 공부인가 생각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했죠. 그래서 귀국해서 야구 해설을 맡았어요.”

- 선친이 그린 아들의 최종 목적지는 어디였을까요? 지방의회 선거 출마도 그래서 이루어진 것인가요? 그것도 부산에서 민주당 후보로요. 당선된다고 생각했습니까?

“선수협 등을 거치면서 사회적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겼어요. 그래서 출마를 결심했습니다. 민주당 후보로 당선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당시에 민자당에서도 제안이 있었지만 민주당을 택했어요. 그것도 일종의 반골기질 이었는지 모르죠. 하지만 그래야 진정성을 이해 받을 것 같았어요. 유세장가서 야구선수가 아닌 인간 최동원으로 사람들에게 주장 할 수 있었어요. 공개적으로 ‘이런 건 아니다’ 하고 말하고 싶은 게 있었던 거죠. 그 점에서 아버지가 그린 꿈은 늘 제 꿈과 같은 것이었어요.”

(최동원은 그전부터 정치적 행보를 보였다. 파업 중이던 부산일보 노조에 성금을 전달한다거나, 초대 선수협회장을 맡은 일 등은 충분히 정치를 위한 사전포석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는 대목이었다. 당시 최동원의 선거구호는 ‘민주자치의 선발투수, 건강한 사회를 향한 새 정치의 강속구’였다.)

글=박경철 donodonsu.naver.com,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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