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쇠고기 판매점 가보니 손님 몰리고 택배 주문 넘치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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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3일 오후 3시50분쯤, 서울 시흥동의 육류 수입업체 에이미트 정육점 유리벽에 ‘미국산 품절’이라는 안내 문구가 붙여졌다. 주부 주남순(59)씨는 “대림 3동에서 가족들 먹을 양지 고기와 등심을 사러 여기까지 왔다. 기다릴 테니 구해 줄 수 없느냐”고 직원에게 부탁했다. 그러나 직원은 “고기가 떨어져 더 이상 주문받을 수 없다. 죄송하지만 내일 와 달라”고 대답했다.

정육점에는 ‘국거리(100g) 650원, 윗등심 900원, 알등심 2300원’이라고 쓰여 있었다.

에이미트 사무실도 정육점만큼 바쁘게 돌아갔다. 직원 5명이 번갈아 울려대는 전화를 받느라 자리를 뜨지 못했다. 전날과 이날 각각 1000여 건의 택배 주문이 들어왔다고 업체 측은 밝혔다. 박종민 관리팀장은 “출근하자마자 문의 전화가 쏟아져 전화 응대 직원 수를 늘렸다. 제주도에서도 주문이 들어왔다”고 전했다. 박찬규 에이미트 사장은 “사흘동안 약 2000kg, 싯가로는 3000만원 정도의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손님 하남진(67·서울 군자동)씨는 “국거리와 등심을 합해 6만원어치를 샀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오니 1시간30분 남짓 걸렸다. 그래도 우리 같은 노인네들이 이 가격 아니면 쇠고기 등심을 먹어 볼 수나 있겠느냐”고 했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정육점 앞에서 ‘수입 반대론자’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오후 1시쯤 민주노동당에서 나와 ‘추가협상은 대국민 사기극, 민노당이 재협상을 위해 국민과 함께 뛰겠습니다’라고 쓰인 유인물을 나눠 주며 시위를 벌였다. 손님 몇몇이 “돈 내고 사 먹겠다는데 왜 이러느냐. 이 값으로 어떻게 한우를 먹겠느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시위대는 “미국산이 한우로 둔갑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통·외식업체들도 판매 재개를 서두르고 있다. 경기도 성남 분당에 직영 정육점을 둔 수입업체 애그미트는 “전날 일부 물량이 검역을 통과했다. 소비자의 반응을 살펴본 뒤 다음주 초 판매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외식 프랜차이즈 ‘다미소’의 서울 양재·방화점도 다음주부터 미국산 쇠고기를 팔 계획이다. 양재점 박종현 사장은 “검역 대기 중인 물량이 통관되는 대로 판매를 하겠다. 가게 밖에 내걸 홍보 플래카드를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저하면서 여론을 지켜보겠다는 업체도 많다. 수입 쇠고기를 다루는 하루원 식당의 안성훈 팀장은 “두 달 정도면 미국 쇠고기에 대한 반대 여론이 진정될 것으로 예상해 미 쇠고기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임미진·김진경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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