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검찰 수사 속전속결 … 변양균만 손대고 끝내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신정아씨 학력위조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전속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씨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실이 공개된 직후부터 이 사건 핵심 참고인들이 줄줄이 소환되고 있다. 검찰이 수사에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변 전 실장과 신씨 사이에 주고받은 e-메일 외에 결정적인 물증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검찰이 신씨의 오피스텔에서 확보한 물증은 변 전 실장의 공문서와 개인 물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변 전 실장은 '깃털'에 불과하다는 의혹도 나온다. 늑장을 부리던 검찰이 수사에 가속도를 내는 배경엔 변 실장 뒤에 숨은 '몸통'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수사 어디까지 가나=서부지검은 11일 신씨 관련 의혹을 처음 제기한 장윤 스님을 불러 조사했다. 하루 전에는 신씨 교수 임용을 주도한 홍기삼 전 동국대 총장을 소환해 신씨의 교수 임용 과정을 집중 조사했다. 두 사람은 이 사건 핵심 참고인이지만 검찰은 그동안 일정을 조율 중이라며 소환을 미뤘었다. 홍 전 총장은 검찰에서 신씨를 임용한 동기에 대해 "변 전 실장으로부터 추천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씨를 예술감독으로 임용한 한갑수 전 광주비엔날레 이사장도 조만간 소환될 예정이다.

주요 참고인에 대한 연이은 조사는 변 전 실장을 겨냥한 것이다. 구본민 서부지검 차장검사는 11일 "불교.미술.예일대 등 여러 정황을 봤을 때 변 전 실장이 사건의 몸통"이라고 말했다. 그는 "e-메일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나올 수 있겠지만 그건 곁가지"라고 단언했다.

e-메일 외에 변 전 실장과 신씨의 관계를 입증해 줄 물적 증거도 확보된 상태다. 검찰에 따르면 신씨 집에서 변 전 실장의 공문서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핵심 공직자가 아니면 접근조차 불가능한 문건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변 전 실장의 혐의를 청와대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e-메일과 함께 이 문서와 물건을 첨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은 이 같은 물증을 본 뒤 진노하며 곧바로 사표를 수리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미 변 전 실장을 비롯한 이 사건 주요 관련자들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변 전 실장이 사무실로 사용한 수송동 서머셋 팰리스 레지던스에 대해 압수수색도 할 방침이다. 변 전 실장의 청와대 사무실에 대해선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주요 참고인 조사와 자료 확보가 끝나면 변 전 실장을 불러 수사를 마무리할 것"이라며 "추석 전까지는 사건을 매듭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몸통 보호를 위한 마무리 수순"=변 전 실장은 '깃털'에 불과하다는 의혹은 여전하다. 그에게서 압력을 받았다는 장윤 스님은 "몸통은 따로 있는데, 불교계를 많이 도와준 '깃털'(변 전 실장)만 다치는 것 아니냐"고 언급한 적이 있다. 또 사건 초기부터 여권 실세가 신씨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정.관.재계와 문화계.학계를 넘나든 신씨의 인맥을 볼 때 변 전 실장은 여러 배후인물 중 하나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씨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변 실장 정도가 권력 배후라면 수도 없이 많다"고 자랑했다.

변 전 실장이 신씨의 가짜 학위 의혹과 관련, 장윤 스님에게 외압을 행사한 사실이 불거진 뒤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감시하는 민정수석실에서 전혀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뒤늦게 검찰이 부쩍 수사에 속도를 내는 이유도 진짜 '몸통'을 가린 채 서둘러 수사를 마무리하려는 의도란 지적이 일고 있다.

이철재.권호 기자

[J-HOT]

▶신정아, 작년에 두 차례 청와대 방문했다

▶"신정아 파문 수사 인원은 총 40명"

▶'신정아 불똥' 경제계로…기업 관계자 소환

▶신정아 "난 이제 완전 거지…인생 한 방에 가"

▶검찰 "신씨 오피스텔서 변양균 공문서 나와"

▶이해찬 "신정아와 저를 엮으려고들 하는데…"

▶청와대 나가 어디 있을까…변씨 행방 묘연

▶"변양균 실장이 추천…신정아씨 교수로 임용"

▶전시회마다 기업 후원 밀물…'그의 힘' 작용했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