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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전시회마다 기업 후원 밀물 '그의 힘' 작용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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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정아씨는 기업 후원 유치의 귀재였다. 학부와 석사과정을 미국에서 마쳐 제대로 된 국내 인맥이 없을 것이라고 보았던 미술계는 그녀가 척척 후원을 받아오자 그 배경을 두고 의아해했다. 그러나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관계가 드러나면서 신씨의 '활약'에 대한 의문의 베일도 한 꺼풀씩 벗겨지고 있다.

신씨는 2002년 4월부터 올 7월까지 성곡미술관에서 근무했다. 그러면서 주요 기획전에 대기업.금융사 등의 후원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2003년엔 1곳, 2004년엔 3곳에 불과하던 기업 후원은 특히 신씨가 학예연구실장을 맡은 2005년 1월 이후 부쩍 늘었다. 2005년 1월은 변 전 실장이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임명된 시점이기도 하다. 2005년 4월 성곡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전인 '쿨&웜'전에 대우건설, 2006년 7월 '존 버닝햄 40주년 기념'전에 대우건설.산업은행.기아자동차 등이 후원했다. 지난해에만 11건의 후원을 받았다.

<표 참조>

후원 기업 중 산업은행 김창록 총재와 대우건설 박세흠 당시 사장은 변 전 실장과 부산고 동기다. 변 전 실장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다고 의심할 만한 대목이다. 또 검찰에 따르면 신씨는 2003년 봄 본인 이름으로 해외문화교류사업 부문에 'Korean Tradition in Contemporary'라는 사업의 지원을 신청해 1200만원을 받았다. 성곡미술관은 인턴십 명목으로 문화관광부의 지원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예산이 배정된 시점은 변 전 실장이 2003년 기획예산처 차관으로 임명된 직후다.

기업이 운영하는 사립미술관이 해당 그룹이나 계열사 이외의 곳으로부터 후원받기는 쉽지 않다. 금호미술관의 경우 같은 기간인 2002년부터 5년간 금호그룹 계열사가 아닌 곳으로부터는 단 한 번 후원을 받았을 뿐이다. 이에 대해 한 사립미술관 이모 관장은 "전시 때마다 대형 스폰서를 따내는 것은 어려운 듯 쉬운 일이다. 홍보협찬비로 책정된 기업 예산을 따내기 위해서는 해당 실무자 접촉 등 지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지만, 고위층에 청탁하면 일사천리로 해결되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술계에서는 "변 전 실장은 신씨가 출세를 위해 이용한 사다리 중 하나일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미술인은 "미술계에서 일하다 보면 정.재계 등 유력 인사들과 인맥을 쌓을 수 있고, 신씨는 이를 적극 이용해 새로 소개받은 인사들을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전방위 로비스트"라며 "e-메일을 주고받은 이가 서넛은 더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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