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만에 위기 맞은 아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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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 연발에 지지율 급락=자민당 참패의 직접적 원인은 '연금정책 불신' '정치자금 스캔들' '실언 연발' 의 세 가지로 꼽힌다. 5월 제1야당인 민주당이 정부가 5000만 명의 연금 기록을 분실한 사실을 폭로하면서 아베 정권의 신뢰도는 고꾸라졌다.

또 마쓰오카 도시가쓰(松岡利勝.62) 전 농림수산상이 석연치 않은 정치자금 회계 처리를 놓고 고민하다 5월 자살한 데 이어 후임자인 아카기 노리히코(赤城德彦)도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는 등 총리 주변 인물들의 돈과 연루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이번 선거전을 전후해 터져나온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은 어쩔 수 없었다"(규마 후미오 방위상), "알츠하이머병 환자라도 알 수 있는 이야기"(아소 다로 외상) 등 각료들의 실언이 이어졌다.

보다 근본적 원인으로는 아베의 고루한 정치 스타일이 지적된다. 그는 '전후 체제로부터의 탈피'라는 거창한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국민투표법 제정, 교육기본법 개정에 몰두했다. 그러나 국민은 '연금법 전면 수정' '공교육의 무료화' '지방과 도시의 생활격차 해소' 등 민생 문제에 관한 현실적인 공약을 내놓은 민주당에 열광했다.

정치개혁을 외치면서 코드 인사에 치우친 것도 패인이다. 그는 심한 편가르기로 리더십을 세우려 했다. 모든 사람을 아군과 적군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각종 스캔들이 터져도 "직무를 잘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며 아군을 옹호했다. 그러다 결국 역풍을 맞고 물러서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조기 총선 불가피할 듯=민주당은 의장직과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차지하게 된 참의원을 거점 삼아 총공세에 나설 전망이다. 당장 정부.여당이 제출한 법안을 부결하거나 심의를 지연해 사실상 폐기 처리하는 사태가 빈발할 것으로 보인다. 중의원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으로선 참의원에서 부결된 법안을 중의원에서 재가결하는 게 가능하긴 하지만 "참의원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외면한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 뻔하다. 중의원의 불신임 결의안에 해당하는 '문책 결의안'도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수시로 제출될 전망이다. 실제 참의원 선거에서 패배했던 98년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당시 방위청 장관은 야당이 문책결의안을 채택하면서 사임했다.

결국 아베 총리가 총리직을 유지하든, 새 총리가 나오든 연립여당으로선 내각 전면 개편 뒤 '중의원 해산→총선거 실시→국민 재신임 확보'라는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자민당과 민주당의 정권을 건 결전이 이미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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