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참의원 선거 자민당 참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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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생 38년의 '정치 9단'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가 일을 냈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압도적인 대승리를 차지해 염원이던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다. 애초 목표했던 의석 55석을 훨씬 뛰어넘는 약진을 기록한 이날 오자와 대표는 긴장이 풀린 탓인지 그만 탈진하고 말았다. 그러나 주변 측근에게는 "역시 일본의 민주주의는 살아 있었다"고 감격스러워 했다고 한다.

이번 선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완승함에 따라 오자와는 향후 국정운영에서 '칼자루'를 쥐고 정국을 쥐락펴락할 수 있게 됐다. 경우에 따라선 자민당 내 일부 세력이 탈당해 오자와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서 대대적인 정계 재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오자와 대표의 '마지막 결투'도 다가오고 있다. 그는 여당의 정국 운영을 혼미에 빠지게 해 결국 중의원 해산→ 총선거→정권 교체로 이어간다는 기본 전략을 세우고 있다.

오자와는 이 과정에서 자민당 내 '반 아베' 세력을 끌어들이는 공작에 나설 공산이 크다. 현재 100곳이 넘는 중의원 지역구의 공천을 미루고 있는 것도 이 구상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중국.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와의 신뢰 관계 구축에 전력을 기울인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아베 총리가 내건 외교정책에는 없는 부분이다. 헌법개정에 대해선 "광범위하고 원만한 합의의 형성이 가능한지를 검토해야 한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이다.

일각에선 심장에 지병이 있어 격무의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겠느냐며 '대표(총재) 오자와, 총리 간 나오토(菅直人) 대표대행' 구도를 거론한다. 하지만 그의 측근인사는 "오자와 대표의 총리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큰지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아베 총리는 목표 의석을 밝히지 않았지만 오자와 대표는 "과반수를 못 얻으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승부수를 띄웠다. 결정적인 순간에서의 이 같은 '감'은 여당과 여당을 오가며 잡초같이 살아남은 13선의 관록에서 비롯됐다는 평이다.

오자와는 27세에 첫 당선한 뒤 승승장구, 43세에 자치성 장관에 올랐다. 그 뒤 자민당에서 사상 최연소 간사장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하다 야당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의 집안은 원래 도호쿠(東北) 지방 이와테(岩手)현에서 농사를 지었으나 오자와의 부친인 사에키(佐重喜)가 변호사를 거쳐 정치권에 입문, 우정상과 건설상을 지냈다. 당시 총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현 총리의 증조부인 기시였다. 오자와 가문과 아베 가문의 얽히고 설킨 인연은 이때 시작됐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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