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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참패 아베 "개혁 계속하겠다" 퇴진론 일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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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해 9월 말 기세당당하게 등장한 아베 신조(安倍晋三.52) 일본 총리에게 쏟아졌던 뜨거운 기대와 성원은 불과 10개월 만에 실망을 넘어 분노로 바뀌었다.

29일 참의원 선거에서 일본 언론이 '역사적'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자민당이 대참패를 당하면서 일본 정국은 벌써 지각 변동을 예언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총리직 유지'를 천명했지만 당장 이날 밤부터 자민당 내에선 "아베 총리가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참패로 집권 연립여당의 국정 운영은 큰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참의원 선거 참패가 확정된 29일 오후 9시30분쯤 자민당 본부에 모습을 드러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표정이 잔뜩 굳어 있었다. 각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는 "민의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개혁을 이루기 위해 나에게 주어진 사명을 다하기로 결의를 다진다"는 말을 반복했다. 참패 책임을 지고 물러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진행자들이 "민주주의국가에서 선거에서 지면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계속했지만 아베 총리의 답변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자 기자 출신의 한 진행자는 "그동안 20명의 총리를 겪으며 일본의 정치 현장을 지켜봐 왔지만 '누가 어떻게 책임지는가'하는 부분에선 변치 않은 전통이 있었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반응은 이에 어긋나는 무리수"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자민당은 1998년 참의원 선거에서 44석을 얻으며 참패했을 당시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총리가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에 따라 이번에도 야당은 물론 자민당 내부에서도 아베의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간사장은 "아베 총리의 정치에 대해 국민이 강한 불만을 갖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해 아베 퇴진을 몰아붙였다.

이번 선거에서 쾌거를 이뤄 정작 최대 주인공이 돼야 할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 대표는 이날 피로를 이유로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오자와 대표는 올해 65세다. 그를 대신해 TV에 나온 간 나오토(菅直人) 대표대행은 "오자와 대표가 워낙 유세를 열정적으로 다녀 의료진으로부터 1~2일 쉬라는 조언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은 참의원의 2인자인 가타야마 도라노스케(片山虎之介) 참의원 간사장이 야당의 정치 신인에게 덜미를 잡히는 등 거물급 인사들이 줄줄이 고배를 들었다. 방송사들은 앞장서 '자민당 대패, 민주당 압승' 소식을 알리며 전국 곳곳에서 당선된 민주당 후보들의 당선 소감을 잇따라 소개했다. 소속 정당의 참패 때문인지 일부 자민당 후보는 당선했음에도 풀이 죽은 모습을 보인 경우가 많았다.

태평양전쟁 후 'A급 전범'으로 처형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의 손녀 도조 유후코(東條由布子)가 비례대표로 무소속 출마했으나 당선권에는 크게 못 미쳤다. 그는 주변국과의 전쟁이 가능한 방향으로 헌법 9조를 개정할 것을 주창하며 우파들의 지지를 호소했으나 유권자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자민당의 패배 기류는 이미 전날 유세 현장에서 굳어졌다. 조직력을 앞세워 행인들을 그러모았지만 민심 이반 현상을 반영하기라도 하는 듯 인파는 야당 입후보자 앞에 몰리기 일쑤였다. 일부 자민당 후보자는 맥이 풀려 목소리가 점점 기어 들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자민당은 선거 전날 밤늦게까지 유세를 하며 부동표 잡기에 총력을 쏟았지만 돌아선 유권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일본 참의원과 중의원=중의원이 하원이라면, 이를 보완.견제하는 참의원은 상원에 해당한다. 중의원이 최종적인 총리 지명권과 내각불신임 의결권을 행사해 참의원보다 우위에 있다. 따라서 정권의 향배는 중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참의원 선거는 중간평가 성격을 띠지만 최근 들어 정권 퇴진으로 이어진 경우가 있다. 참의원은 임기가 6년으로 3년마다 절반씩 교체한다. 법안 심의는 중의원.참의원 양원에서 별도로 이뤄진다. 의견이 다르면 양원협의회를 열어 타협점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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