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주한미군 주둔비 대폭 인상 예고 트럼프…모든 리스크 대비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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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30일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재판을 마친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AFP=연합]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30일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재판을 마친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AFP=연합]

트럼프, “부유한 한국, 왜 돈을 내고 싶어 하지 않나”

한국 관련 정확한 정보 사전 입력할 채널 가동해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면 한국이 부담하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인상을 요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이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발간된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들(한국)은 아마 거의 돈을 내지 않고 있을 것(paying very little)”이라며 “왜 우리가 다른 사람을 방어하느냐. 그들은 부유한 나라인데 왜 돈을 내고 싶어 하지 않느냐”라고도 했다.

그가 대선 레이스에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한 입장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자신이 집권할 경우 한국도 ‘흥정’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한·미 양국은 5년마다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체결해 한국의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수준을 정한다. 현재 한국은 2021년 합의에 따라 당시 1조1833억원을 기준으로 삼고, 다음 SMA를 체결할 때까지 매년 한국 국방비 인상률을 반영해 올려준다. 트럼프 정부는 2019년 제11차 SMA 협상 때 당시 한국의 연간 분담금(1조389억원)의 6배에 가까운 50억 달러(약 6조9000억원)로 증액을 요구했었다는 게 외교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만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50억 달러를 기준으로 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우리 입장에선 여간 난감한 상황이 아니다.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높이며 중국·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는 데다, 한국의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한·미·일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안보의 핵심인 동맹의 방어적 군사력을 거래의 수단으로 삼거나, 한·미 동맹보다 북·미 직거래에 나선다면 가뜩이나 불안정한 동북아 정세 속에서 안보의 위기는 커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2만8500명 수준인 주한미군의 숫자를 3만5000명이라고 부풀리거나 “한국이 거의 돈을 내지 않고 있을 것”이라는 잘못된 언급을 반복하고 있다. 그의 이런 언급이 의도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안보를 돈과 직결시키겠다는 뜻은 분명해 보인다. 현재 미국 대선 결과는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초박빙 상황이다. 그런 만큼 정부는 트럼프 리스크에도 철저히 대비하길 바란다. 미리미리 트럼프 캠프에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잘못된 사실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 가동해야 한다. 지난달 시작한 SMA를 조기에 매듭짓고, 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더라도 되돌릴 수 없는 동맹 안보의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필수다. 정치권 역시 국익에는 여야가 없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초당적 대미 외교 지원에 나서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