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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기차용 '희토류 자석' 수출 통제 추진"…자원 무기화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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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전기자동차(EV) 등에 필요한 '희토류 자석'의 수출 통제 조치를 추진 중이라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전 세계 희토류 공급의 절대 강자인 중국이 반도체 장비 수출금지 등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대중국 견제에 맞서 자원 무기화 시동을 건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요미우리신문은 "최근 중국 정부가 산업기술 관련 수출 규제 품목 리스트(중국 수출금지·수출제한 기술목록) 개정안에 희토류의 일종인 네오디뮴과 사마륨 코발트로 만든 이른바 '희토류 자석' 관련 기술을 추가하기로 결정했다"고 베이징발로 전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중국 상무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이같은 수출 제한 품목 개정 작업을 추진해 왔고, 지난 1월 28일까지 의견 수렴을 마쳤다. 해당 목록은 1997년 처음 발표돼 여러 차례 갱신됐는데, 가장 최근 갱신은 2020년에 있었다. 신문에 따르면 연내 이번 개정안이 확정돼 채택될 전망이다.

희토류 자석은 전기차의 심장인 모터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전기차 외에도 휴대전화, 에어컨 등 가전제품은 물론 군사·민간 이중용도인 항공기와 로봇 등 산업계 전반에 널리 쓰인다.

그런 희토류 자석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중국이 압도적이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네오디뮴 자석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중국이 84%, 일본은 15%이다. 사마륨 코발트 자석은 중국이 90% 이상, 일본은 10% 이하다.

중국은 가격 경쟁력 면에서도 앞서 있다. 과감한 설비 투자로 대량생산에 나서 비용을 대폭 낮췄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이 싸고 쓸 만하게 생산·가공을 잘한다"며 "중국산 희토류 자석만큼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확보하려면 세계 각국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장시성 진리(金力) 희토류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앞서 시진핑 주석은 지난 2020년 내부회의에서 "국제사회의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높이게 만들어라"고 지시했다. 신화=연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장시성 진리(金力) 희토류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앞서 시진핑 주석은 지난 2020년 내부회의에서 "국제사회의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높이게 만들어라"고 지시했다. 신화=연합

이 때문에 중국이 실제 수출 통제에 나설 경우 자동차 업체 등 서방의 제조업은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중국산 희토류 자석의 공급이 끊어질 경우 경제에 심대한 영향이 있을 것"(일본 정부 관계자)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는 이유다.

중국의 희토류 자석 금수 조치는 미국의 최첨단 반도체 대중국 수출 제한과 맞먹는 성격이 강하다. 일각에선 "최근 반도체 수출 규제 방안을 내놓은 일본을 콕 찍어 보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달 31일 첨단 반도체 분야 23개 품목에 대한 대중국 수출 규제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중국을 겨냥한 반도체 수출 통제를 발표한 미국에 동참한 행보로 평가됐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리튬, 코발트, 티타늄, 네오디뮴. 희토류의 대부분은 희토류 자석을 만드는 데 쓰인다. 한국 국제전략자원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희토류 세계 생산의 40%는 희토류 자석에 쓰였다. 2028년 이 비중은 68%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중앙포토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리튬, 코발트, 티타늄, 네오디뮴. 희토류의 대부분은 희토류 자석을 만드는 데 쓰인다. 한국 국제전략자원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희토류 세계 생산의 40%는 희토류 자석에 쓰였다. 2028년 이 비중은 68%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중앙포토

요미우리에 따르면 실제로 이번 개정안엔 "국가안보와 사회의 공공이익을 지킨다"는 목적이 명시돼 있다.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반도체 관련 기술 등이 뒤처진 중국이 안보를 빌미로 전략물자인 희토류 자석을 반격 카드로 쓸 수 있단 얘기다.

한국 역시 중국산 희토류 수입 의존도가 70% 이상이어서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전병서 중국 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산업의 쌀인 반도체가 봉쇄당한 상황에서 중국이 '산업의 비타민'인 희토류를 조절해 반도체 외 공급망을 흔들겠다는 전략"이라고 짚었다. 이어 "중·일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두고 대립했던 2012년 당시처럼 희토류의 무기화 의도가 다분하다"며 "산업 각 분야에 골고루 들어가기 때문에 중국이 전면 수출 중단을 할 경우 첨단기술 산업에서 '악소리'가 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희토류 광산. 글로벌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중국 희토류 광산. 글로벌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현대기아차, 삼성전자 등 관련 기업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며 "국내 기업도 2년 전부터 이에 대비해 공급 다변화를 시도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다양한 외교채널을 통해 금지제한 유예기간을 벌면서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희토류가 들어가지 않는 자석개발 등 기술 확보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한진 한국외대 중국외교통상학부 초빙교수는 "희토류 자석 생산이 가능한 국내 기업은 대구 성림첨단산업이 사실상 유일하다"며 "기술력이 있는 기업을 육성·지원하고 제3국과의 공동 기술개발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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