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EU 맞서 ‘희토류 카드’ 만지작…한국 불똥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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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세계 희토류 생산의 60%를 차지하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사진은 중국 내몽골 지역의 희토류 광산.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희토류 생산의 60%를 차지하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사진은 중국 내몽골 지역의 희토류 광산.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은 반도체, 러시아는 천연가스, 중동은 석유, 중국은 희토류.

미국이 반도체 수출 통제를 무기로 경제 안보를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꺼내 들 반격 카드로 ‘희토류(稀土類)’가 주목받고 있다. 과거 희토류 수출을 제한한 전력이 있는 중국 정부가 최근 다시 수출 통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다.

유럽연합(EU)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중국산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핵심 원자재법 초안을 공개했다. 2030년까지 중국을 비롯한 제3국으로부터 전략적 원자재를 수입하는 비율을 역내 전체 소비량의 65% 미만으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희토류도 여기 포함됐다.

희토류는 이름에 있는 ‘희소하다’는 뜻과 달리 지구 위에 널리 분포한 광물이다. 다만 제련·분리·정제가 어렵고, 처리 과정에서 환경 오염 문제로 생산국이 제한돼 희소가치가 크다. 희토류는 반도체·스마트폰과 전기차 배터리부터 레이저, 전투기까지 첨단 산업에 폭넓게 사용된다. ‘산업의 비타민’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문제는 중국이 희토류 생산을 쥐락펴락한다는 점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세계 희토류 생산의 60%를 중국이 차지했다. 이어 미국(15.4%), 미얀마(9.3%), 호주(7.9%) 순이다. 한국의 중국산 희토류 수입 의존도도 70% 이상이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런 중국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다. 중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임하던 2019년 5월 미국과 무역 전쟁이 최고조에 달하자 ‘희토류 무기화’를 공식 언급했다. 지난 2021년엔 희토류 국유기업 3곳과 국가연구소 2곳을 통합한 ‘중국희토그룹’을 출범시켰다. 희토류 생산량의 70%를 한 회사로 몰아 시장지배력을 높였다.

중국희토그룹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중국의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사마륨 코발트(희토류 합금의 일종)를 추출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뿐이다. 미국이 전투기에 중국산 희토류를 배제할 수 있느냐”고 경고했다.

지난달엔 중국 상무부가 ‘중국 수출금지 및 수출제한 기술 목록’ 명령 수정안에 관한 공개 의견 수렴 통지를 공고했는데 수출 금지 항목에 희토류를 포함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미국도 희토류 수입 의존을 낮추기 위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자원 자체가 적은 데다 생산하더라도 환경 파괴, 수자원 오염 우려로 주민 반대가 심하다.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는 “미·중 패권경쟁이 격화하고 코너에 몰리면 중국은 언제든 희토류 수출 제한 카드를 꺼낼 수 있다”며 “특히 한국은 미국과 동맹으로 얽힌 데다 배터리·방산 등 최근 드라이브를 건 산업에 희토류가 필수 자원이라 더 취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2010년 일본과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분쟁이 생겼을 때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통제한 전례가 있다. 일본은 호주·인도·카자흐스탄·베트남 등에서 희토류 개발권을 따내는 등 2012년까지 희토류 중국산 수입 비중을 49%로 낮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핵심 광물 확보 전략’을 발표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2030년까지 50%로 낮추고, 비축 일수는 2배로 늘리기로 했다.

천영길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장은 “해외자원 개발이 민간 중심인데 정부 지원을 늘려 기업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에너지 및 자원 협력 조항을 근거로 중국과 ‘희토류 협의체’를 만들어 공급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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